내면의 소리, 162.2×130.3㎝ oil on canvas, 2011
그곳 풍경은 아주 낯선 것만은 아닌, 어쩌면 어디선가 본 듯한 기억 저편 어딘가에 남아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한낮의 뙤약볕은 덥고 건조했다. 어디 주저앉아 쉴 곳을 찾던 내게 독특한 선율의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서양화가 박양진(Artist, Park Yang Jin)
내리쬐는 햇볕 속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온몸에 재를 바른 구도자 요기(Yogi)가 뱀을 앉혀놓고 피리를 불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인도여행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고, 몇 푼을 보시한 뒤 몇 발자국 떨어진 자리에서 무릎을 감싸 안은 자세로 피리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116.7×91㎝
그런데 갑자기 코브라가 커지기 시작했다. 뱀을 부리는 요기보다 몇 십 배는 커진 코브라가 어마어마하게 큰 입을 벌리고 요기를 잡아먹으려는 순간 무릎을 감싸 안은 팔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 찰나에 어마어마하던 코브라는 강아지 같은 순한 눈빛을 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빛은 일어서서 움직이는 내 모습을 따라다녔다. 그러다 요기와 눈이 마주쳤다. 무서움은 거기 요기의 눈빛에 있었다. 아니, 나의 심상이 그의 눈빛에 투영되었을 수도….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