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며 15년만에 귀국한
서양화가 양규준(Artist, Gyu-Joon Yang) 화백.
그의 화실, 최근작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나는 작가가 사물에 있는 혼성(Hybridity), 즉 물질성, 정신 따위를 동시에 드러냄으로써 리얼리티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나는 단단함과 부드러움, 소란과 정적, 이성과 감성, 생성과 소멸, 음과 양, 서양과 동양 같은 서로 다른 요소를 내 작업에 함께 드러내기를 원한다. 이것을 통해 상호대립을 지양하고, 평형의 가치를 통한 합일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처럼 내 안에 있는 혼성의 어떤 것을 드러냄으로써 내 작업은 시작된다.
I now believe that reality can effectively be approached by the artist if he reveals the hybridity in an object. I wish to achieve this not through confronting duality such as yin and yang, tree and water, sky and earth, hard and soft, formal and informal, reason and emotion, good day and bad day, Korean and Kiwi, but through harmony where my hybrid mind comes into unity with the other and feels the vitality within all things. To begin this I went back to drawing.
Fluid mind, 76×76㎝ Acrylic on canvas, 2008(Diptych)
나는 작업실에 도착하면,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 대략 한 시간쯤 앉아 명상에 잠긴다. 그런 다음 붓과 종이, 잉크를 준비한다. 방바닥에 놓인 종이를 응시하며 10여분 시간을 보내다, 붓을 들고 마크를 만들기 시작한다. 천천히 혹은 빠르고 리드미컬하게 붓을 움직이며 크거나 작은 마크들을 있게 한다. 그것들을 겹치거나 혹은 나란히 놓기도 하면서 조화를 살펴본다. 처음에 가졌던 긴장감과 불확실성이 차츰 명료해지면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렇게 얻어진 마크들은 우리의 전통 서예로부터 온 것이면서도 서양의 붓에 의한 몸놀림의 미적 성취가 가미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연현상으로부터 시적 영감을 가지며, 그것에 적합한 표현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When I went to my studio, I would sit for about an hour, to reflect. When I felt I had arrived, I would prepare paper, brushes and ink for calligraphy, on the floor. Then, to be calm, I would sit for another ten minutes or so before I made marks. I made many marks – some fast, some slow, some large, some small, some on watercolour paper, some on overlays, seeing them individually and seeing them together in various combinations. From this I moved from stress and uncertainty to marks that gradually became more confident and relaxed. They may reference traditional markmaking and then reference new marks that come from my cultural and aesthetic hybridity. I am pulled toward a poetic feeling for the natural world and still have to manage the formal materials and strategies of painting.
Legend 2012 acrylic on canvas 40㎝ diameter
나는 요즘 아침, 저녁으로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는 한국의 예절에 관해 생각하게 됐다. 영어에서 “how are you?”라고 인사하듯이 한국에서는 “안녕하세요?”라고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 뒤 뜰에 있는 커다란 두 그루의 야자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응시하며, 나는 그날의 날씨를 가늠하고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저녁 무렵에는 바닷가를 걸으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며 “안녕하세요?”하곤 한다. 허공을 맴도는 소리, 그러나 빈 공간이 아니다. 흐르는 물, 치솟은 산, 한가로이 떠도는 구름들은 부단히 음과 양의 기를 부딪치며 기운을 전개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기운이 삼라만상을 있게 한다. 내 작업 ‘중용-안녕하세요?’ 시리즈는 이처럼 내 주위환경 속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징후를 헤아리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At the same time I recollected a traditional custom used in Korea to greet the elders in the morning or evening by asking whether anything special has happened. The saying “an nyung ha se yo?” has a similar meaning to “how are you?” on those drawing days, and now, I wake in the morning; stare at the sky through the gaps between the big palm trees in the backyard to check the weather for the day, asking “how are you?” In the evening I walk the beach and, again, stare at the sky and say, “how are you?” The sound hovers in an empty space but is not the empty space it hovers through. I sense this space is nature and has the energy of life. Flowing water, soaring mountains and leisurely floating clouds develop the energy by ceaselessly colliding with yin and yang. The unseen forces of space ensure the existence of the universe. Here, in this moment, is my existence in this infinite space. My process of painting the ‘ Moderation- An nyung Ha se yo?’ series began by appreciating the invisible signs within the environment around me.
76×152㎝, 2010(Diptych)
내 그림 안에 있는 서예적 마크는 우주공간에 있는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나의 존재를 나타낸다. 마크를 만들 때, 나는 삶에 허우적대는 인물들을 다룬 에공 쉴레의 작품들에 주목했었다. 여기에는 타 문화권에서 허우적대는 나의 모습이 잠재적으로 반영돼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이런 인체의 몸짓에 있는 동세를 따라 자발적인 선을 얻게 됐고, 이것들을 연필, 작은 붓을 통해 반복적으로 되풀이 씀으로써 단순화 할 수 있었다. 실제 캔버스와 크기가 같은 종이에 큰 페인트 붓이나 마포걸레를 사용해 자신감을 얻을 때까지 마크를 여러 번 연습한다.
Calligraphy in my paintings takes the role of expressing my presence as a part of nature within an infinite space. To gain the form of calligraphy I focused on the struggling human form such as that found in Egon Schiele’s works. All humans share this form but the marks I make from these forms seem to subconsciously reflect my struggle of living between cultures. I had to bring out the flow of the spontaneous lines using the movement in the poses of the figures. This form simplifies through repetitive practices using pencils and small brushes. I have practiced it many times with house brush or mop on paper the same size as my actual work to gain the required confidence.
Seeds 2012 acrylic on canvas 65cm diameter
내 그림에 있는 마크는 한국의 서예적 전통과 동양의 예술관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아온 근, 현대 서구작가들의 제스처로부터 기인한다. 그리고 색조 면에서, 바탕에 있는 노란 색조와 푸른 색조는 오래되어 바랜 종이, 전통 도자기의 색조로부터 온다. 가끔 그것은 자연의 색으로부터 오기도 한다.
My marks derive from traditional Korean and such modernist and contemporary gestures, many of whom drew inspiration from the East. In terms of colour, the yellowish and bluish background derives from the old traditional Korean paper and pottery. Sometimes it comes from nature’s colour.
내 작업에 있어 새로운 시도는 전통적인 방법을 존중하면서도 나의 혼성의 경험들이 반영돼 있는 더 현대적인 표현방법으로 나타난다. 양쪽편의 두 그림들은 이러한 꼭 필요한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아직 변화하고 있으며, 내 마음이 그것과 일치 하다가도 어떤 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내 그림들은 진화하고, 변화해 가고 있으며, 유동적인 화면공간은 실제적이며 철학적이고, 명상적이며 미학적인 이중성이 서로 잘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있다. 완전하지 않지만, 나는 한국 전통산수화 정신에 있는 자연과의 합일을 통한 어떤 영감을 이루는 것이다.
A hybrid way of working emerges in these panels; a new way of working that respects traditional mark making and yet has those marks appear in a more contemporary expression to reflect my hybrid experience. I am aware that my mind sometimes rests in harmony, and sometimes not, and the diptych drawings are still changing to show this vital process. My paintings occupy the evolving, changing, fluid space that, ideally, brings philosophical and pragmatic, contemplative and aesthetic dualities toward harmony. My art practice is hard won and incomplete, but the inspiration is a unity between the mind and nature within the spirit of sansuwha (san, mountain; su, water; wha, traditional Korean landscape painting).
▲출처=이코노믹리뷰 2013년 10월18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