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최익진 작가. △뒤엉킨 여기(Entangled spot), 180×110㎝ 나무에 염료, 흑경에 스크래치, 2014. 폐목은 시간적으로 지나간 과거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고 거울 속 현실은 끊임없이 지금 여기의 실제를 밀어 올리는 역할도 하지만 두 개의 거울들은 엇갈린 각도로 인하여 서로 다른 곳(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거울 속 모습은 우리 사회의 실제이기도 하지만, 항상 앞 면(표면)만을 보여주는 참 허망한 존재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필자가 유리를 작품의 소재로 처음 끌어들인 것은 1996년이었다. ‘의미의 속살’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였다. 화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의미’를 구성 할 때, 물감을 계속 덧칠하지 않고 보여주고자 한 의도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매재의 사용에 주목하게 된 것인데 ‘의미의 속살’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였다.
‘Ex-interior’연작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제도권 밖에 있는 외부의 상황을 표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작품 형식이 화면 밖으로 나와 평면에서 확장 된 의미로써 전시장의 벽과 바닥에 건축 현장의 오브제들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연출하게 된다.
벽의 눈, 200×420㎝ 폐목과 나무, 유리에 채색, 2001
‘Ex-interior-벽의 눈’이라 명명한 일련의 작품들은 IMF 이후 급격하게 해체되는 가족들과 이로 인한 불안정한 사회에 대한 해석으로 마치 사람처럼 의인화 된 벽의 눈을 통해서 한국사회 내부를 들여다 본 바를 점경(點景)인물과 폐 건축 오브제로 구성한 것이다.
국세청에서(부분), 122.2×244.4㎝ 투명 아크릴수지에 그라인딩, 2001
‘국세청에서’라는 작품은 건물의 하중 역할이 제거된 ‘커튼 월(Curtain Wall)’ 공법으로 지어진 옛 국세청건물을 소재로 한 것으로 은폐된 권력이 작동하는 판옵티콘(Panopticon)으로 보였다.
낙원도, 110×182㎝ 석회에 목탄, 호분, 유리에 채색, 2004
현실 이겨내려는 마음의 지향
‘낙원도’시리즈 작업은 인간의 현실적 삶과 그 삶의 구조에 대한 해체와 재구성의 방법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인간 상호간의 소통을 지향하고자 출발했다. 석회와 색을 칠한 투명유리로 구성한 낙원도 시리즈는 그림 전면에 일정 시간이 지난 과거의 풍경,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진 과거의 아픔을 갖고 있는 폐허풍경이 주를 이룬다.
그 위에 간간이 아크릴 채색을 한 유리를 콜라주한 작업이다. 유리는 시간상 현재 ‘지금’ (화면을 바라보는 감상자가 유리에 반사되어 투영되게 함으로써 현재의 나 즉 감상자를 바라보게 된다)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피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소외된 인간의 실재현실을 더욱 차갑게 표현하는 동시에 감상자는 유리를 통해 이러한 현실의 좌절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됨으로써 현실을 넘어 소통하고자하는 내적 동기를 끌어내고자 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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