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품을 말하다

〔KIM CHUNG SIK〕한국화가 김충식|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도판벽화-(한국화, 한국화 작가,화가 김충식,김충식 화백,광주지방공사, 김충식 작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5. 14. 23:19

 

도판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한국화가 김충식(ARTIST, KIM CHUNG SIK)

 

 

 

처음 보았을 때 미관상 무미건조해 보인 단지 시멘트벽 일뿐이었다. 그러나 찬찬히 다시 그 벽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배경엔 완만한 산이 둘러쳐져있고 다시 돌아서면 시설물과 녹색잔디가 평면으로 펼쳐져 있었다.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소재, 광주지방공사 배수펌프장 벽 도판벽화작업을 앞두고 필자가 가늠한 주변 환경이었다.

 

가로20m 세로2.4m크기의 이 벽을 화폭으로 삼고 작품구상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지역의 역사성에 무게를 두었다. 남한산성과 특히 올곧은 선비의 기개를 보여준 삼학사(三學士) 그리고 조선백자의 본고장이라는 점 등을 필자의 화풍(畫風)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과거와 현재 잇는 희망찬 미래번영

 

남한산성(南漢山城)1636년 청나라가 성()을 포위하였을 때 홍익한·윤집·오달제, 삼학사(三學士)가 결사항전을 주장하였고 결국 이들은 청나라에 끌려가 참형(斬刑)을 당했으나 끝까지 지조를 지킨 조선 선비정신이 깃든 사적(史蹟)이다. 벽화작품에서 삼학사의 올곧은 선비기개를 닮은 문인목(文人木) 소나무를 올렸다.

 

광주 조선백자 요지(廣州 朝鮮白瓷 窯地)는 질 좋은 백토와 수송 용이한 한강이 인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도자(陶磁)가 번영했던 지역이다. 필자는 벽화작업을 위해 도자기판에 유약 안료로 그려 유리를 올려서 가마에서 구워냈다. 도판 1개의 크기는 가로, 세로 30의 정사각형으로 약 300여장을 구워냈다.

 

벽화의 진달래는 봄을 상징한다. 진달래는 민초들에 흐르는 감성의 꽃이라고 여겼다. 꿋꿋함과 산성(山城)의 수호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던진 이름 모를 백성들의 애국심을 봄꽃으로 승화시키고자 하였다. 최근 사적 제57호 남한산성이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에 필자 역시 기대가 크다. 도판벽화 제목은 광주의 희망 -남한산성에 담다로 정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그리고 희망과 미래번영 의미를 담은 것이다.

 

 

광주의 희망-남한산성에 담다도판벽화

 

 

미술작품, 전시장 밖에서 대중과 만나다

 

6개월에 걸쳐 작업을 완성했다. 이후 어린이들이 방문하는 등 관심이 커지는 것을 보며 자긍심을 느낀다. 이와 함께 사진촬영 등을 고려해 도판벽화 앞에 나지막한 벤치도 준비했는데 이 작은 배려가 함께 즐기고 감상하는 공간의 제공이 된다는 것에 발상(發想)의 즐거움을 생각하게 된다.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방도리에서 작업하는 필자는 평소 작품과 생활의 구분 없이 자연 속에서 동일시하는 일상을 대단히 중시해 오고 있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미술작품이 전시장 밖으로 나와 대중과 만나는 기회를 가진다는 관점의 이 도판벽화는 시사점이 크다고 본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