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현권
서울, 한강….
가까이 늘 그곳에 흐르기에 흘깃 지나침의 순간이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필자 마음 저 깊숙한 곳의 건드림이 항상 있었다. 그것은 아쉬움으로 커져갔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잘 지워지지 않고 더 깊은 감정의 이미지로 남아 있곤 했다. 그리고 문득 주변을 돌아보았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 또는 강가에 운동하는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이나 소형 카메라를 가지고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놀랍고 반가웠고 용기 낼 수 있었다.
사진과 관련한 추억 중에 가족사진의 아우라(Aura)는 마음 속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오래된 허름한 가족사진에서 ‘나’의 감성 깊이, 그 원형(原形)을 발견한 것이다. 같은 삶의 공간에서 긴 시간동안 생활하면서 마치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무심히 지나치는 한강처럼, 훌쩍 세월 지나 꺼내본 가족사진에서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본 것은 가족만이 느끼는 독특한 감동, 그 감정의 깊이가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일 터이다.
그것은 알게 모르게 만들어진 삶의 깊은 관계에서 나오는 ‘정서적 연결’로 리릭(lyric)한 세계였다. 그러니까 꿈이나 사랑 그리움 향수(鄕愁) 희망 등이 필자를 성장시키고 지탱해 온 커다란 버팀목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한 가슴 찡한 울림은 혼자만의 느낌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내재된 아름다움 물결인데 필자는 이를 공감하고 싶었다.
카메라를 메고 한강을 다녔다. 때로는 뛰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물에 젖기도 하면서 ‘내 마음’과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한강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처음, 다음 또 그 다음…. 조금씩 한강은 쉬이 열 것 같지 않던 문(門)을 조금씩 열어 주었다.
우리들 소소한 삶의 흔적을 품은 이웃들의 한강으로 다가왔고 역사와 늘 함께 했던 강(江)으로 유유히 흐르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았다. 우울과 절망, 상처와 서러움의 순간도 있었지만 기쁨과 행복의 순간도 많았다.
그래서 여기 이즈음,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이번 개인전은 가족사진처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정서적 이미지 그 마음의 장(場)이기를 소망해 본다. 아울러 정신과 전문의로 정신분석과 사진작품의 관계성에 대한 필자의 연구에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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