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정현숙
모처럼 한낮이 영상기온이던 날, 서울 삼성동 조용한 커피숍에서 작가를 만났다. ‘Before and After’시리즈 근저에 흐르는 의미 네트워크는 ‘원(圓)’이다. 오랜 기간 재료와 내용의 변화는 있었지만 그물망처럼 탄탄하게 조형세계를 유지시키고 이끌어 온 인식대상은 한결같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자개라는 재료의 발견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작품세계의 시발점이라는 의미가 크다. “자개는 같은 색이 없을 정도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빛깔이 다르다는 것이 캔버스에서 원과 최적조합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자개가 발산하는 빛의 추상적요소를 응용하려 했다”고 작가는 말했다.
최근 한국의 역사성에 주목하는 작업의 동기부여는 미국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우환 화백의 제자이기도 한 일본인 히토시 나카자토 지도교수의 조언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고 했다.
“한국 사람이니 한국적인 것을 찾아야 한다. 서양적인 작법의 붓을 휘둘러서는 찾을 수 없고 자신만의 공력(功力)이 들어간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현대미술의 메카였던 미국에서 당시 학생이었던 정 작가에겐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고 술회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뉴욕의 미술관을 해매며 답을 찾으러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그 시절,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뇌가 없었다면 지금의 역사성에 빛을 얹는 작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함께 “우주의 어떤 존재라는 것은 결국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내 작업은 영원성을 그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화가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에게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나 의미를 창조하거나 재창조하며 제시하여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정현숙(JEONG HYEON SOOK)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및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 파리, 오사카, 동경, 뉴욕, 시애틀, 베를린, 뉴델리 등에서 개인전을 49회 가졌고 대진대학교 미술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글 =권동철, 출처=에너지경제 2015년 1월14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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