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발자취(年代記)

LIM HAE YOUNG(서양화가 임혜영)①, 2003~2005년|화려한 飛上을 꿈꾸다(임혜영,임혜영 작가,화가 임혜영)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7. 16. 10:14

 

 

                                                장미꽃속으로 72.7x60.6cm 2003

 

 

유년의 시절은 언제나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필자의 유년과 연꽃에 얽힌 기억은 지금도 가끔 아련한 추억으로 스며온다. 서울태생인 나는 해마다 음력설날이면 할머니 손을 잡고 봉은사절에 갔었다. 설날아침차례를 지내고 과일과 술 그리고 떡, 세 가지를 가지고 한강의 두꺼운 얼음을 건너 강남으로 향했다.

 

얼음 위를 할머니의 손을 잡고 걷노라면 얼음이 쩡쩡 갈라지는 소리에 나는 무서워 할머니에게 매달리곤 했다. ‘할머니 무서워하면 할머니는 괜찮아하면서 잘도 걸어가셨다. 음력 정월 초하루 날은 꼭 갔다. 지금의 청담동 즈음이 아닌가 싶은데, 당시 범바위 나루터에 도착해 20여분 정도 걸어가면 봉은사가 나왔다. 한강의 얼음을 타고 나루터를 지나 야산을 넘으면 숲 속에 고즈넉하고 웅장한 절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할머니 손에 이끌려 절()은 항상 친숙하게 수호신처럼 항상 내 마음속에 담겨져 있다. 불교가 자연스럽게 몸에 밴 상태인데 결혼하고 자식을 위한 모성애가 자연스럽게 봉은사로 발길을 옮기게 되었다. 아마도 인연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필자가 엄마가 되었을 때 봉은사를 찾게 되었는데 할머니 생각과 자식을 둔 어머니가 된 나를 바라보며 어느 날 고요한 마음의 가운데에서 연꽃을 그렸었다. 

 

 

                       

자비로움으로 53.0X45.5cm, 2004

 

 

중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우리나라 여인의 머리를 땋은 늘어뜨린 처녀의 뒷모습을 그려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집에 와서 나는 그림에 열중했다. 지루하지 않았고 밤새워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렸다. 다음날, 선생님이 나의 그림을 보고 이 그림 정말 네가 그린 그림이냐라며 놀라워하는 표정이셨다.

 

그리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리는 것이 너무 좋아서 밤새 그렸다고 대답을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그림에 혼이 담겨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러시면서 꼭 미대를 가라고해서 내심 그때 진학진로 결정을 마음속에 했었다.

 

  

                        

차가운 미소 162.2X130.3cm, 2005

 

 

2003년부터 정물과 풍경을 중심으로 작업했다. 경기도 용인의 고기리, 양평의 양수리 등 야외 스케치 하면서 그리며 일상의 그 나 만의 시간을 야외 스케치를 많이 했던 시기이다.

 

집에서는 틈나는 대로 정물도 그렸다. 작품 담소는 두 아들을 키우면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틈틈이 작업을 하면서 모란꽃을 표현하였다. 또 장미의 꽃술 속을 그리면서 나의 그림의 심연을 찾아가는 시기였다. 꽃 속처럼 화려하게 만개하고 피어나는 기()를 소망하는 나의마음 담았다. 화가로서의 장미 꽃 .. 화려하고 열정적인 화가의 삶을 그려갈 것을 희망하면서 이 꽃을 그렸다. 열정의 시작. 그 열정이 품어져 나오는 나의 예술 인생도 열정적으로 화려하게 피어나기를 희망하면서.

 

 

                       

  담소 53.0X45.5cm, 2005

 

 

산속에 엄동설한 인적 없는 곳에서 꺾이지 않고 서 있는 설원(雪原)의 나뭇가지와 억새처럼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화려하게 비상(飛上)하는 미래를 꿈꾸며 나 자신을 비유하면서 그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