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e, 53×33㎝ Oil on Canvas, 2014 ⓒADAGP
홍매화 입술이 뭐라 말할 듯 가느스름 눈매 촉촉이 젖었네. 연분홍도 흰색도 꽃. 눈감으면 그대 가슴에 피어나는 향기, 매화와 여인이 어찌 다를까. ‘울어야 알게 되는 두견새 숲에서 어이 홀로 사는지….’ 쪽빛 옷고름 오므린 손을 펴주어요.
응달진 담장아래 매화 한 그루 첫사랑 이별처럼 외롭게 서서 비에 젖네. 위로의 독백처럼 마우로 줄리아니(Mauro Giuliani) 기타협주곡1번2악장이 흐르는데 저녁 술잔에 홀연히 날아온 꽃잎 한 장 벗이 되겠다, 하네. 아아! 매화불매향(梅花不賣香)이라. 두향(杜香)은 가도 강물은 흐르는구나.
162.2×91㎝ ⓒADAGP
순정의 겹 영혼의 결속
온순한 햇살아래 나른한 미시(未時)의 단잠을 자고 간 혹은 희뿌연 안개처럼 은미(隱微)한 꿈의 또렷한 흔적인가. 가지에 뻗어 나온 잎맥이며 꽃잎 부유하는 홀씨의 밀어들이 내려앉아 정감어린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화면의 다감하고 친절한 선과 선, 면과 면은 나란히 또는 마주보거나 포개어져 늘 웃음 가득해 관용의 싱그러움으로 넘실댄다.
처음엔 의아했었다. 저 여린 잎들에게서 어떻게 그런 에너지가 나올 수 있을까하고. 허나 작가의 애정 어린 풍경들이 마음씨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곧 헤아리게 된다. 자연과 어울려 상처를 씻고 그 자리에 새살이 돋고 형형색색의 꽃들이 부르는 생명의 노래에 함께하자는 강렬한 메시지라는 것을. 자연계에 다가가는 겸허한 마음가짐의 분별. 헛된 욕망의 선상(線上)에 유랑하는 불완전한 마음의 봇짐을 털어낼 때 인간과 자연은 하나로 증식하는 신비로운 샘터라는 것을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116.8×80.3㎝ ⓒADAGP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09년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Park Güell)을 여행했었다. 안토니 가우디 (Antoni Gaudi)가 곡선의 아름다움으로 영혼을 치유하는 모자이크기법의 화려한 타일조각 색채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나는 자연과 함께하는 예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 특히 식물이 스스로의 성장을 일궈내듯 화가로서 캔버스 앞에서 나의 성실성에 대해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시작한 작업이 ‘Nature’ 소나무 연작이었고 나는 살아 숨 쉬는 호흡을 불어넣고자 사력을 다했다.”
65.1×45.5㎝ ⓒADAGP
점이 선이 되고 그것의 연결이 공간(空間)으로 열리면서 화면은 팽만해가는 성장에너지와 동시에 명상의 세계로 인도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작은 모자이크 안에 몇 번이나 포개어 올려야 비로써 얻어지는 색깔. 또 그러한 단편의 유기체(有機體)들이 연동되는 필연(必然)은 소나무와 꽃들과 죽(竹)으로 확장되는 특이성으로 진화함으로써 작가의 빼어난 감각을 짐작하게 한다.
화폭으로 데려온 자연과의 교감은 모자이크기법이라는 재구성을 통해 완연한 일체의 세계로 향한다. 이를테면 같은 블루((blue)라도 조금씩 다른 색채의 어울림과 숲을 이루며 높은 하늘로 뻗어나가는 소나무 이미지는 인생의 유한한 시간을 가볍게 뛰어넘는 놀라운 감흥을 보여준다. 이른바 시간에서의 해방이 내뿜는 우주의 영원성(永遠性)을 체감하게 하는 이것을, 독자성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116.8×91㎝ ⓒADAGP
蓮花의 꿈 물의 번뇌
첫새벽. 잔바람에 연잎이 흔들린다. 해와 달과 동자승의 천진한 눈동자를 담은 동글동글한 방울꽃, 하나. 스며들지 못하고 구르는 물의 고통. 축축이 젖은 배회의 발등위에 햇살이 스며오네. 오오 또르르 흘러내리는 낙화(落花)를 껴안은 저 무심한 유수(流水)여. 연잎이 감싼 방울이 모여 둥글게 맺히고 뒤섞여 다시 물이 되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물의 빛깔 그 찰나의 , 역사!
△출처=월간(月刊) 인사이트 코리아, 2014년 5월호
△글=권동철/전문위원,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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