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ture, 162.2×130.3㎝, 2009
2009년 한지작업의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참이라 뭔가 환기가 필요했었다. 때마침 친구가 여행을 제안했고 그렇게 우연히 놀러가게 된 곳이 스페인이었다. 바르셀로나에 갔었는데 안토니 가우디 (Antoni Gaudi)가 만든 구엘 공원(Park Guell)이 있었다. 그곳에 타일을 아무렇게나 구성해놓았는데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 그때 문득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 65.1×45.5㎝, 2014
그래서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화실에 틀어박혀 모자이크기법 작업에 매달렸다. 작업 첫 시도를 하면서 이런 그림을 그린 적이 없어서 솔직히 무척 두려웠었다. 첫 작품 소재가 소나무였다. 울트라마린 계열색채로 그렸는데 너무나 공(功)이 많이 들어갔다.
한 번에 그려서는 안 되고 똑같은 면에 세필로 그려야하는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었다. 혹자들은 면(面)을 나눴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작은 조각들을 붙여서 큰 조각들을 이루는 것으로 하나의 형상을 만든 것이다.
▲ 145.5×112㎝, 2009
그해 7월이었다. 부스전(展)에 새로운 큰 작품을 가지고 나갔다. 새로운 작품세계를 들고나갈 때의 기분은 좀 묘했다. 반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냥 나는 천재가 아닌 이상 성실성이라도 인정받자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로했다. 그런데 전시를 하자 덜렁 세 작품이 팔렸었다. 전혀 연고도 없는 분이 와서 이런 그림 처음 봤다면서 어렵지 않고 현대적이라는 작품해설을 곁들이며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가.
▲ 서양화가 정혜연(Artist, Chung Hae Yeon)
무척 기뻤었다. 그림이 팔렸다는 것보다 나의 작업방식이 주목받는다는 것에 더 용기를 얻었다. 그 후 11월 예술의전당 부스전에서 전시작품 13점 모두 솔드아웃(sold out,매진)되어 화가로서 더 할 나위없는 기쁨을 맛보았다. 전시오픈 첫날부터 작품이 팔리기 시작했는데 80호, 30호, 10호 등 다양한 크기의 작품들이었다.
이 전시 이후 좋은 전시를 했다며 월간 미술세계에서 ‘미술세계상(賞)’을 수상했다. 부상(副賞)으로 그 다음해인 2011년, 공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열게 해 주었고 화가로서 더 격려의 힘을 얻게 되었다.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4년 9월9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