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화가의 아틀리에

화가 이정옥|진정 오묘한 꿈인가!,①(이정옥,이정옥 작가,민화,영일만,포항,군마도,민화작가 이정옥, 호렵도, 낙원백마도,무용총,수렵도,무신도)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7. 26. 00:00

 

포항 바닷가를 산책하는 화가 이정옥. “동해안 바다에서 작품의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영일만(迎日灣)의 고장 경북 포항시 겨울바다는 짙푸른 물결로 출렁거렸다. 눈보라가 흩뿌리는 해안가 파도는 그 푸르고 깊은 물의 색깔만큼이나 웅장한 몸놀림으로 밀려왔다. 해변 건너 저편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 산업현장의 열기를 전했다.

 

 

 

 

 

군마도(群馬圖), 600×40실크위에 채색. 백마 등 여러 종류의 말들이 다양한 몸동작으로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풍경이 실려 있다.

 

 

 

말과 인간의 우정 어린 교감, 휴식이다. 실크로드, 초원길 등을 통해 세계와 교류를 함께했던 기백(氣魄)의 시금석은 바로 탄력성(彈力性)이었다. 그것이 상대를 압도하고 위상을 높인 발원지였음을.

 

 

 

 

 

 10폭 병풍의 호렵도(胡獵圖)

 

 

 

말안장에 앉아 사냥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용(威容)의 상징이다. 짐승을 몰아가며 말을 달리는 즐거운 훈련은 인재를 길러내는 동량지재(棟梁之材)의 현장이기도 하다. 5천년을 이어온 민족정신에는 주어진 여건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낸 선조들의 번득이는 예지(叡智)가 스며있는 것이다.

 

 

 

 

 

 전진과 희망의 낙원백마도. 150×700실크위에 채색

 

 

 

생기발랄(生氣潑剌), 이상향을 향한 희열의 행진

하얗게 부서지는 장엄한 폭포수가 좁고 야트막한 계곡으로 흐른다는 것을, 쉬이 짐작할까. 그러나 물은 찬란한 햇빛을 품고 흘러간다. 그것이 물의 신념이다. 여망(輿望)도 그리되면 얼마나 좋으랴. 저 파도치듯 출렁이는 구름 속으로 비상(飛上)하는 말들의 행진. 진정 생()은 헤아릴 수 없는 오묘한 꿈인가!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를 재현한 작품 앞에 포즈를 취한 민화작가 이정옥. 화백은 지난 1977년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졸업 당시 한국 무신도의 도상학적 의미에 관한 고찰논문을 발표했었다. 준비과정을 감안한다면 40여년전에 무신도(巫神圖)를 단순히 민간신앙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하나의 고대종교화(古代宗敎畵)로서 접근했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러한 가장 한국적인 것에 대한 인식과 작업정신이 오늘날 민화의 현대화라는 독창적 작품세계의 탄탄한 바탕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4218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