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인숙(ARTIST, KIM IN SUK). 작가는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주인공이 되기를 희망하지요. 소통의 부재를 호소하는 오늘날 나의 작품세계가 치유와 격려를 노래하는 티 없이 맑은 동행자가 되기를 기원 한다”라고 말했다.
작업실 뒤편 수리산 산책은 작가의 중요한 일상이다. “나목(裸木)과 맨살의 대지. 이들 앞에서 나는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내려놓음에 대해 사색하게 됩니다”라고 했다. 또 “산과 들녘 양지바른 시멘트 벽 모퉁이에서도 꽃을 피우는 열린 수용의 꽃은 상큼한 향기를 내뿜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선사합니다.”
독일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 1724~1804)가 수용성(受容性)을 감성의 중요한 능력으로 꼽았듯 화면의 꽃은 응어리를 후련하게 씻어내는 소나기, 함박눈 속 빨간 동백처럼 그렇게 가슴 뭉클 아렴풋하게 피고 있었다.
자연으로부터, 100×80㎝, mixed media on canvas, 2010
◇고통 이겨내는 꽃의 일깨움
작가는 “꿋꿋하게 어려움을 개척해나가는 사람살이와 꽃의 원류(源流)에 주목 한다”라고 했다. “꽃과 한 인생의 만남. 그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스치는 자아의 일깨움은 꽃처럼 아름다운 삶을 추구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72.7×60.6㎝, 2009
20여년 화업(畵業) 길을 걸어온 작가에게 화가란 어떤 존재인가라고 물었다. “그림은 결국 나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타인들과 교류하고 공감하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의미를 향유하는 것이지요.”
72.7×60.6㎝, 2013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화실 뒤 산길을 걷습니다. 낯선 이야기처럼 찬바람이 불쑥불쑥 올라오지만 그러나 봄이면 고개를 내밀 들꽃자리를 나는 압니다. 지금은 갈잎만 뒹구는 그 자리에 한참을 앉아 대화하고 영감을 얻는 것도 ‘그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작업의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며 또한 꽃의 의미임을 알기에….”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4년 1월28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