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화가의 아틀리에

〔KIM IN SUK〕 서양화가 김인숙, 아틀리에①] 독보적 존재의 생생함 (화가 김인숙,김인숙,김인숙 작가,수리산,르포)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7. 20. 22:24

서양화가 김인숙(ARTIST, KIM IN SUK). 작가는 꽃이 피면 창문을 열어 놓을 것입니다. 나비며 곤충들이 화실로 들어오고 어느 날엔 새도 놀다 갑니다. 그리고 꽃을 그릴 때 나는 진정 꽃이 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작가로서 행복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군포시 수리산(修理山)능선아래 고요한 주택가 4층에 작업실이 있었다. 통유리로 시원하게 시야를 열어놓은 화실은 병풍처럼 둘러싼 산자락을 끼고 겨울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와 한 겨울인데도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화실 문을 여니 파스텔색깔 화분에 베고니아가 다홍색 꽃을 만개하고 있었다. 가녀린 가지에서 꽃피운 매혹(魅惑)너머 냉기를 이겨낸 강인한 생명력이 놀라웠다. 불현 듯, 정감(情感)을 불러일으키는 캔버스 꽃에서 애잔한 아리아(aria)가 흘러나올 듯 오버랩(overlap) 되었다.

 

 

 

 

     자연으로부터, 116.7×91, mixed media on canvas, 2010

 

 

 

“14년여 전에 개인전을 앞두고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이곳에 와서 첫눈에 반해 터를 잡았죠. 산 밑이라 산책과 등산하기도 좋아요. 봄이면 진달래가 여름이면 무성한 숲의 성장이 에너지를 느끼게 합니다. 가을이면 단풍이 얕은 구릉에 모여 물결을 이루고 겨울이면 창 밖 눈()이 삶의 자취를 다시 돌아보게 하지요.”

 

 

   

    116.7×91

 

 

 

一切의 심상 그 사유의 공간

화면엔,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걷다 어느 모퉁이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꽃이 다소곳하게 서 있는 듯하다.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끌림. 단지 한 송이 일뿐인데 말갛게 비치는 순수의 물속같이, 청명(淸明)한 날 볼을 스치는 미풍의 감촉처럼 묘한 여운으로 아른거린다. 꽃 하나지만 독보적인 존재는 생생하게 드러나고 마음속 의미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에너지가 된다.

 

 

 

   

    80.3×116

 

 

 

작업실에서는 나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무아경(無我境)에 시간가는 줄도 모릅니다. 창밖 산을 쳐다보면 숲속에 있는 것처럼 명상(冥想)의 맑은 물줄기가 흐르고 붓놀림에서 그림과 내가 일체(一切)의 심상에 몰입되지요. 그래서 화실은 나만의 공간이자 나의 생()을 채워주는 거룩한 사유의 공간이기도합니다.”

 

 

 

 

 

 

 -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4128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