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화가의 아틀리에

〔Susan Park〕화가 박선영, 아틀리에|영혼, 재회(르포,박선영,박선영 작가, 인왕제색도,겸재, 정선,애들레이드,Adelaide,에보리진,aborigine)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6. 28. 20:20

 

아티스트 박선영(Artist, Susan Park)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을 지나 광주시방향 고개를 넘으니 오포읍 산골짝으로 자리 잡은 마을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을햇살에 나란히 자리한 전원주택, 이름도 예쁜 들꽃마을이었다.

 

조용한 환경에서 몰입하는 박선영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곳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에 작업열망의 파동(波動)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인왕제색도, 116.8×91.0acrylic on canvas, 2010

 

 

 

작가의 작품에서는 순수의 염원이 잔잔한 선율로 흐른다.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그녀의 여느 작품이 그러하듯 대비(對比)를 통한 관용과 조화 그리고 균형의 지향은 곧 작업정신이기도 하다.

 

시각적으로 보여 지는 두 개의 상징들은 서로의 거울이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하나의 움직임으로 경계를 허물어 융화된다. 그럼으로써 폭포처럼 늘 새로운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어 이데아(Idea)를 꿈꾸게 한다.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이 오늘날 서울의 효자동 방면에서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간 뒤 인왕산을 화폭에 담았다는 진경산수화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작가는 이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 왕이 앉은 자리 뒤편의 아우라(Aura)를 떠올렸다. 좌우에 배치된 늘 푸르고도 붉은 해, 사계절 지지 않는 소나무, 마르지 않는 물줄기. 그 산 기슭 아래 사계절을 살아오며 묵묵히 제 일에 성심을 다하는 민초들의 정의로움은 무엇보다 숭엄한 뜨거움이라고 말했다.

 

 

 

 

 

    -어울림, 91.0×116.8, 2010

 

 

 

호주 애들레이드 그리고 나의 존재

5년 전 작가는 호주 애들레이드(Adelaide)에서 3년간 머물렀었다. 집 앞 가까운 곳에 펼쳐진 아름다운 해안과 도시외곽에 토착(土着)해온 갖가지 식물 등 천혜의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했다.

 

당시 작업에 대한 갈증이 굉장히 컸었다. ‘뭘 했었나라는 자책이 있었지만 동시에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인식하게 해주었다. 나의 존재를 새삼 확인한 것이다. 그것이 호주에서 귀중하게 얻는 것이다.” 그 이후 2009년 귀국해 폭발적인 열정으로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그리고 이듬해 개인전에서 호평을 받게 된다.

 

토기안의 물고기는 호주 원주민인 에보리진(aborigine) 그림묘사에서 얻은 영감을 물고기와 주변 형상과 점묘법을 가미해 표현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오래된 진실 같은 것이라고 할까. 늘 눈 떠있는 지느러미의 완전한 움직임. 영겁(永劫) 시간을 건너온 묵언(默言)의 지혜를 나는 닮고 싶었다. 자화상 같은.”

 

물고기와 인간의 일체감을 향한 두 몸부림. 춤을 추는 인간의 군상과 고통을 동반하는 산고(産苦)처럼 물고기의 가쁜 호흡이 변곡점(變曲點)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영혼은 참 기쁨에서 재회할 것이다. 그것이 곧 작가가 말하고 싶은 대비적 회화 -어울림의 본질이 아닐까.

 

 

 

 

 

    -달빛풍경, 80×80, 2013

 

 

 

그리하여 마침내 그림 속에 그림을 보는 듯 보석 같은 상징들이 등장한다. 체크무늬들이 모여 풍경을 자연스럽게 만들고 환상적인 블루의 색감 위 날개를 활짝 편 새의 비상(飛上).

 

누구나 만나고 헤어짐 속에 살아가는 생의 궤적에서 새가 되면 만날까. “호주와 서울서 알게 된 외국인 친구들. 저마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가고파 둥지를 찾아 떠난 이별 후, 집 앞 뜨락 교교히 흐르는 달빛풍경을 바라보며 의연하라, 친구들이라 독백했다고 전했다.

 

    

숙명의 길

그녀는 화가의 길을 숙명(宿命)이라 했다. “어느 날 나의 작품들이 너무 소중했다. 이들의 장래도 책임 줘져야 할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전율했다. 내게 주어진 길을 받아들이고 전부를 던지는 길을 걸어가는 삶이라고 토로했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910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