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美術人

〔Ryu Young Shin〕 서양화가 류영신|나무의 군상(류영신,류영신 작가,화가 류영신, CLUSTER,자작나무,군무,群舞, 숲속으로,나무의 생체)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7. 1. 12:26

 

류영신 작가

 

 

 

 

서울 강남의 오래된 도량(道場). 돌로 쌓아올린 축대(築臺)엔 윤기 나는 햇살을 받은 담쟁이넝쿨이 조금씩 물들어가는 단풍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나무의 군상(CLUSTER)과 인간의 연분을 회화세계에 천착해 온 류영신 작가를 만났다.

 

꼭 있어야 할 것만 남겨놓고 다 내려놓은 자작과 미루나무. 최근의 추상적 작품세계는 훌훌 털어 버림으로써 오히려 더 굳세어지고 더 열린 유연한 생동(生動)의 빛깔로 두드러진다. 화면은 나무와 빛이 교감하며 경쾌한 음률처럼 형체(形體)들은 아름답고 리드미컬하게 하느작거린다.

 

 

 

 

 

    숲속으로-미루나무, 41×64, oil on canvas, 2012

 

 

 

그 갸우뚱거림은, 천천히 흐르는 첼로 선율사이 가벼이 내려놓는 건반의 애절한 눈빛처럼 춤의 간극(間隙)을 연결한다. 그런 때마다 가늘게 호흡이 뿜어져 밤 숲 찬 공기 속으로 흐릿하게 사라져가고 알 수 없는 짜릿함이 서로를 잇게 한다.

 

마치 나무는 풍미 그윽한 여러 종류의 과실주를 손님에게 내놓으며 이상향(理想鄕)에 대해 꾸밈없이 이야기를 전하는 듯하다. 한 줄기 가을비 지나간 후 따끈한 감잎차 한잔을 들고 자작나무가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권할 때 미학적(美學的) 나무들은 한기(寒氣)를 달래줄 것이다.

 

 

 

 

 

    Cluster, 195×100

 

 

 

그녀는 작가노트에 이렇게 썼다. “나무들, 춤의 축제에 초대받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한발씩 숲으로 들어갔다. 날이 어두워진 것인지 숲속은 거대한 의식을 치루는 듯 경건의 아우라가 넘실댔다. 만추(晩秋)의 낙엽이 바스락 거리며 한 시절의 흔적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푸르른 달빛이 정중하게 나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보였다. 나는 들릴 듯 말듯 한 소나타(sonata) 선율을 따라 붓을 움직였다.”

 

나직한 설명으로도 이해될 수 없었던 삶의 교차(交叉). 어느 땐가 꼭 만나리라는 확신의 설렘. 나무는 희망과 격려의 언어로 생기(生氣)를 이루어내고 있다. 환원하자면, 마치 군무(群舞)를 펼치는 듯 비구상적인 패턴은 고적한 개체로서의 자아내면에 반응하는 생명력의 뜨거운 조형언어이다.

 

 

 

 

 

    Cluster, 65×200

 

 

 

 

환경변화 순응의 有機體

나무의 생체를 발견하는 놀라움과 강렬함이 나로 하여금 나무에 집착하게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자연과 인간의 하모니는 질서의 원천이고 색채와 형식의 초점이자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흥분되는 회화적 대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첫 개인전 이후 줄곧 나무를 그려 온 것이다.

 

감정, 의지. 지속적인 환경변화에 따르는 순응의 유기체. 자연과 인간의 닮음을 나무를 통해 의미를 투시하고 있는 화면은 신선하다. 나아가 더할 나위 없이 존엄한 인간애를 그려내고 있는 작가의 세계관은 고상한 자연의 법칙과 다름 아니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118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