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美術人

〔Park Eun Sook〕서양화가 박은숙|우주와 생명의 근원(박은숙, 화가 박은숙,박은숙 작가,우주,근원,찬양)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6. 26. 10:55

 

서양화가 박은숙

 

 

 

질서정연하게 씩씩한 기백으로 건물을 받치는 기둥, 강렬하게 스며드는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빛깔의 운치를 뽐내는 단청이 조화를 이룬 미학공간이었다. 박은숙 작가는 연신 아름답다를 연발하며 흥겨워했다.

 

 

 

 

 

    Origin-Praise, 259×194, Mixed media on canvas, 2011

 

 

 

화면은 오색찬란한 갖가지 상상예언들이 은하수 밤하늘을 흐르고 아득한 선율이 바람을 타고 동심(童心)으로 밀려오는 듯하다. 지극히 낮은 자리로 내려놓은 후()의 독백처럼 간결하고 단조로운 배회가 떠올려졌다. 이를테면 저녁햇살 사이를 느리게 오가는 첼로의 전원곡, 강물의 우울한 노래가 지나간 뒤 왠지 밀려오는 공허.

 

그런데 그런 것에 오감(五感)이 젖어들었기보다 되레 그 불가사의 한 힘이 이끄는 격려가 강하게 밀려왔다. 작가는 ”1974년 대학졸업 작품을 시작으로 77년 즈음부터 지금까지 우주와 생명의 근원연작은 진화해왔다. 내겐 오래된 탐구의 본질적 명제라고 했다.

 

 

 

 

 

    근원-찬양, 145.5×112.1, 2007

 

 

 

날이 밝아 온다. 어둠이 내 준 자리에 눈부신 햇살과 초록의 영혼과 담장에 기대어 밤새 기다린 능소화 주홍빛 얼굴이 수줍다. 자연과의 교감, 내 마음의 깊은 샘물은 깨어있는가라고 작가노트에 메모했다.

 

밝고 온순하고 절제된 원색. 이 색채어울림이 빚어내는 감수성리듬은 단절과 편견의 허위를 단숨에 허물어뜨린다. 그 빛나는 평화로운 선율의 원류는 생명에의 경외감일 것이다. 노란 아이리스, 수련, 백합, 밀회의 속삭임처럼 피어오르는 글라디올러스. 얕은 냇가의 흐르는 물처럼 삼각(三角) 언덕 위 꽃향기가 나지막하게 번질 때 우주의 신비로운 축제가 열리곤 했다.

 

초원을 부드럽게 덮은 향기가 미풍에 흔들릴 때 생()은 또한 얼마나 경이로운가. 나무의 뿌리와 꽃술, 삼각형과 원기둥, 인간의 심장과 생명의 근원 그 동화(同化)의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근원-찬양, 45.5×37.9, 2007

 

 

 

누구나 내 마음을 던질 수 있는 만의 법칙이 있듯 화가는 몰입하고 선을 긋는다. “캔버스 세계 안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 , , 면을 조화롭게 나만의 고뇌로 즐기는 것이다. 유성(流星)이 사랑의 밀어처럼 쏟아지는 밤, 작업을 하다 붓을 든 채 뛰쳐나간다. 내 작업의 매력은 내가 그렇게 맘 놓고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719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