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류영신
햇빛 드리우면 공중을 유영하는 안개처럼 나무의 율동은 비범한 앙상블로 짙게 느껴온다. 오랜 시간 함께 발맞춰 온 익숙한 호흡처럼 깊은 통찰의 조용한 육감적(肉感的) 움직임이 몰려온다. 부드럽게 뻗은 팔, 대지를 박차고 튀어 올라 격정의 열기를 내뿜으려는 듯 잔뜩 웅크린 종아리의 팽팽한 근육처럼 그렇게 줄지어선 그들은 물오른 가지처럼 활력이 넘친다.
작가는 나무와 동반자적 일생을 권유한다. 물론 이것은 그녀의 작품세계 ‘생체(生體)의 하모니-군상(cluster)’연작의 본바탕이기도 하다. “나무에 귀 기울이면 그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하모니는 나에게 있어 질서이고 색채와 형식의 초점이다. 그들 바라보기는 만족감과 흥분이 되는 회화적 흥미의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작가노트에 메모했다.
인간의 몸과 나무를 기하학적 추상이미지로 합일단순화한 반복패턴의 평면회화를 추구한다. 이들은 교차하고 서로 대립함으로써 운동성을 획득하고 동시에 자연스럽게 직선을 와해시킨다.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각각의 개체는 존재의미가 더 명확해지고 이렇게 생성된 배열은 곧 작품 속 군상(群像)이 함축하고 있는 유기적인 질서와 다름 아니다.
이제 화면은 에너지가 넘치고 심오한 의미공간으로 더 확장됐다. 인간과 나무를 나누는 관계를 해체시키고 공존의 선율로 실현되는 단순한 모습의 ‘생체’는 범아일여(梵我一如)를 떠올리게 한다. 나무와 자아와 우주는 결국 하나인 것이다.
나무의 살아 꿈틀대는 몸을 발견하는 놀라움과 강렬함을 두고 그녀는 “나로 하여금 나무에 집착하게 한다”고 토로했다. 상이(相異)한 존재로서 시간적 간격을 초월한 동시성(同時性)의 교감은 현실적 이욕(利慾)의 잣대로는 불가능하다. 나무와 소곤소곤 대화하는 그녀를 주목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서양화가 류영신(柳塋信) 작가는 중앙대 조형예술대학원 서양화전공 졸업했다. 러시아 상트페테스 부르크 레핀아카데미와 프랑스 그랑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프랑스저작권협회(ADAGP) 회원으로 명동롯데화랑, 서호갤러리, 에이블 파인아트갤러리(뉴욕) 등에서 개인전 및 초대전을 20회 가졌고 독일, 홍콩, 싱가포르, SOFE, KIAF, 뉴욕의 Fountain 등 국내·외 다수 아트페어에 출품했다.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년 4월16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