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사 총무국장 가산선우(嘉山善友) 스님이 사진촬영 양해를 구하자 선뜻 응해주셨고 김성혜 작가와 ‘일월도’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불교미술은 물론 회화와 인류학 등 인문학적 고찰(考察)의 해박한 지식을 전해주었다.
산자락은 슬하의 보살핌처럼 나지막하니 아늑했다. 발걸음이 분주하지 않으니 평온한 호흡처럼 이 숲길에서 잠시나마 ‘나’를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건져 올리는 가르침의 수련(修練)을 껴안고 싶었다. 오솔길은 더 없이 포근한데 버림은 힘겨웠다.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정취는 아름답다. 이름 모를 야생들꽃의 그 풋풋한 생기는 도도한 생명력이다. 형형색색, 천태만상으로 다른 운명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것은 누구를 위한 목적의 산물이 아니고 단지 영원의 자유로운 표현 방식이리라.”
비와 눈과 바람을 막아주는 돌을 쌓아 올린 울타리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속살까지 드러내며 비스듬히 드러누워 햇볕을 즐긴다. 고맙다. 얼마든지 즐겨라. 네가 막아낸 엄동설한(嚴冬雪寒)이 얼마며 장마철 무작정 쏟아지는 빗물을 얼마나 품었다 달래어 내려 보냈느냐!
“나른한 햇살의 봄바람이 더 없이 감미롭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우주질서 속에서 한 생(生)을 마치고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인간의 육신도 흙, 물, 불, 바람처럼 어우러져 살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질서일진데 새삼 바람의 행로가 궁금하다.
한 떨기 꽃잎을 마주하고 그들의 아름다운 생명력을 음미하고 싶다. 너와 나 주위의 모든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열망하리라.”
“벼르던 100호 일월도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물고기가 모란이 춤을 출 것이다. 음악은 음양조화를 찬미하며 흐를 것이다. 한껏 끼를 품은 오방색 물줄기의 산세가 그려질 것이며 새로이 등장하는 사랑의 색동오작교가 지어질 것이다. 모든 중심을 잡아주는 해와 달로써 이야기가 마무리 될 듯하다.”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5년 6월4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