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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칼럼〕 화가 이승오(李承午) |종이의 재발견과 창조성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6. 16. 23:47

 

 

화가 이승오

 

 

 

종이는 인류 기록문화와 지식문화발전에 공헌한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칭송되고 있다. 2000년 전 후한시대 환관 채륜의 종이발명은 문명의 전달 체계화와 방식의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으며 인류가 축적해 온 지식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폭발적인 증가와 진보를 보여 왔다.

 

컴퓨터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지식과 정보 전승과정의 중요한 역할 매체로 종이는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종이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종이의 제작과 유물 등을 볼 때 단순히 종이라는 물질을 뛰어넘어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정신적이고도 영적인 질료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이해하고 확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도 종이를 통한 우리미감을 찾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밤을 새는 작업을 하기가 일쑤였던 때, 우리나라의 종이의 질이 좋은 자자한 명성 이유 중에서 닥나무를 원료로 사용한다는 것을 중시했었다.

 

그 중에서도 당류가 많으면 종이가 햇빛에 노출되었을 때 변색되기 쉽고 완성된 종이의 강도가 약하며 벌레가 생기기 쉬운데 전통 한지의 수명이 오래 가는 것도 닥나무에 존재하는 당류가 거의 빠져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지표가 되었다.

 

또 여러 공정을 거친 한지의 강한 특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옻칠을 입힌 몇 겹의 한지로 만든 갑옷은 화살도 뚫지 못한다는 우리 조상들의 지극히 과학적인 사고의 바탕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한지는 천 년 세월을 견뎌낸다. 이러한 천 년을 견뎌내는 한지는 작가로서 종이의 미감을 찾아내려 고민했었던 지난시절 필자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재료였다.

 

특히 닥나무로 우량 종이를 제조하기 위해 비섬유 물질을 제거하는 표백 단계를 주시했었는데 그것은 종이의 물성에 대한 접근으로서만이 아닌 회화적 형상과 상징적 도구로서 종이를 작업하고자 고뇌했었던 때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

 

이제 전통의 현대화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종이의 재발견에 대한 각계의 다각적인 노력은 종이가 우리 고유한 정서의 재발견과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작가로서 종이의 창조성을 작품 속에 녹아들게 하는 것은 곧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정신적 교감까지도 그 의미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승오/미술인 

출처=이코노믹리뷰 2010726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