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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김현경‥강물에 나부끼는 대숲의 정취[김현경 작가,Korean Painter Kim Hyun Kyung]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4. 9. 4. 17:28

Dear Time, 50×50㎝(×3) Colored korean ink on paper, 2024.

 

 

“서와 화(畫)는 도가 한 가지이다.1)”

 

후련하게 쭉쭉 뻗은 큰 높이의 고죽(枯竹) 숲이 강나루 물빛과 노닌다. 바람에 흔들리다 스며들고 잠깐씩 싱그러움의 자태가 우아하게 물살에 스치곤 했다. 형상이 가라앉으며 시적운율이 배어나오는 화폭은 은일(隱逸)한 공간감으로 시간의 경외(敬畏)를 일깨워 명상적 심미성을 돋운다.

 

“내 작업에서 대나무는 시작이자 뿌리이다. 물론 매화, 강물, 비, 달, 비춤(shine) 등 다른 소재들도 표현된다. 대나무가 상징하는 전통적 의미도 좋지만 시원시원한 비주얼이 나는 참 좋다.2)

 

50×50㎝, 2024.

 

◇자연과 인생 의도성과 우연성

강물에 비춰지는 대숲 사이, 햇살이 재빠르게 대지로 박힐 때 지웠다 칠하기를 반복한 겹겹자국 위 시간과 기억의 흔적이 동행으로 드리워진다. 그 음영(陰影)의 깊은 정취 속으로 한줄기 바람이 지난다.

 

가늘게 흔들리며 자유로움의 세계로 전환되는 소리의 흔적을 따라 잠시 숨 고르기를 하듯, 지우는 것이 그리는 것이 되고 그리는 것은 빈 공간을 지워가는 순환(循環)으로 이어진다. 의도성과 번지거나 뿌리거나 흘러내리거나 등 우연성의 콜라보레이션 화폭은 필묵(筆墨)으로 자연본질의 정신성을 드러내며 세련된 현대미의 사의(寫意)로 승화되고 있다.

 

50×50㎝, 2024.

 

그리고 다시, 그린 그림을 접는다. 접음으로서 새롭게 펼쳐지는 그곳에 자아의 이상을 추구해 나아가는 김현경 묵죽화인식토대가 배어있다. 수묵의 담백한 여백엔 울창한 대숲에 스며드는 빛의 흐름, 푸르른 죽엽사이 부유하는 안개, 가을비에 젖은 축축한 숲속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의 미묘한 고독감이 실루엣으로 어른거린다.

 

그곳엔 자연의 울림과 호흡이 내재되어 생명성으로 지저귄다. 일체의 집착에서 벗어나 관조하는, 노자의 허정(虛靜)같은 여백엔 기운생동의 만변하는 변화감(變化感)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Dear Time, 50×50㎝(×3) Colored korean ink on paper, 2024.

 

◇한국묵죽화 정체성의 운격

화면은 담백한 필세의 운치, 신명이 배어나는 붓 터치가 발현하는 평화로운 순수상태에 드러나는 자연의 운격(韻格)을 보여준다. 그러한 묵죽의 기세(氣勢) 그 청정한 자연의 형상화는 한국현대미술의 묵죽화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동시에 현대조형언어로서 소통을 현시(顯示)함으로써 김현경 묵죽화풍의 독자성을 드러내 주목받는 배경이 된다.

 

[참고문헌]

1)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완당전집 제8권 잡지(雜識)’, 한국고전번역원 신호열() 1988.

2)김현경 작가(Korean Painter Kim Hyun Kyung), 나의 묵죽화 사의(寫意)와 비주얼, 2024.

 

[글=권동철, 9월4일 2024, 인사이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