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화가 조향숙‥본성의 소리 근원의 파동[조향숙 작가, Jo Hyang Sook]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4. 8. 3. 15:28

(위 왼쪽부터 심우도1~3단계)조향숙(Jo Hyang Sook)=심우(尋牛), 90×60㎝ Silk Screen, Serigraph, 2008. 견적(見跡), 견우(見牛) (중앙 왼쪽부터4~6단계)득우(得牛), 목우(牧牛), 기우귀가(騎牛歸家) (아래 왼쪽부터7~9단계)망우존인(忘牛存人), 인우구망(人牛俱忘), 반본환원(返本還源).

 

“阿難아, 이 가깝고 먼데 있는 모든 물성이 비록 차별하나, 다 같이 너의 청정한 견정(見精)으로 보는 것이니, 여러 종류가 스스로 차별이 있을지언정, 견(見)하는 성(性)은 다르지 아니하나니, 이 견정의 묘명(妙明)한 것이 진실로 너의 견(見)하는 성(性)이니라. 阿難是諸近遠諸有物性雖復 差殊同汝見精清淨所矚則諸物 類自有差別見性無殊此精妙明 誠汝見性.1)

 

동자(童子)가 본성이라는 소를 찾기 위해 산중을 이리저리 헤매는 장면부터 최후에 선의 최고경지를 나타내고 있는 그림, 심우도(尋牛圖). 중국송나라 보명과 곽암의 심우도가 우리나라에 들어 온 것으로 전해지는 이 선화(禪畫)는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세계에 참된 자기를 자각하며 마음 닦는 과정을 열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0단계)입전수수(入廛垂手), 90×60㎝ Silk Screen, Serigraph, 2008.

 

조향숙 작가는 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이를 현대적 감성과 기법으로 재구성해냈다. 소(본성)를 찾아가는 동자(자아)에게 옷을 벗겨 순수자연인 상태를 강조했고 배경은 만개된 꽃으로 산수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임을 부각한다.

 

“소와 동자를 화려한 꽃 속에 작게 표현하였다. ‘참 나’를 돌아보는데 소홀한 현대인을 의미한다. 붓을 든 여자는 물질을 탐하는 가운데서도 완전히 자성을 잃어버리지 아니한 또 다른 ‘나’이다. 그러한 현실 속의 모습을 상징화했다.2)

 

인우구망(人牛俱忘), 90×60㎝, 2008.

 

작업은 목판화에서 출발한다. 목판이 소멸되면서 형상이 드러나는 특성을 감안할 때, 잃음에 연연하지 않으며 나를 찾아가는 오후(悟後) 수행의 심우도정신과 잘 맞는 기법이다. 또 동(動)과 부동(不動)의 공간감을 드러내는 색채는 선사상과도 내용적으로 가장 잘 부합된다.

 

“참된 선화란 단순한 모방이나 붓끝의 기교가 아니라 보다 큰 생명의 파동으로서 나 자신이 투영되어 나와야 하며, 나 자신이 투영된다는 것은 내가 내 자신의 밖으로 나오는 것, 자기가 자기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을 뜻한다. 나의 부정, 내가 일단 부정된 다음 그 부정된 자리에 나 아닌 내가 되살아나는 그런 작품이 서(書)요, 화(畵)이며 선종화의 세계가 바로 이것이다.3)

 

 

4=(왼쪽부터)심우도-견적(見跡), 90×60㎝ Silk Screen, Serigraph, 2008. 득우(得牛), 망우존인(忘牛存人).

 

◇노자의 정(靜) 불교의 지관수행

심우도의 열 번째, 입전수수(入廛垂手)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단계이다. 깨쳤으면 회향(回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선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세속과 어울려 공덕을 실천하라는 것인데 이는 노자(老子)의 ‘정(靜)’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만물은 아무리 무성하여도 각기 그 근본 되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정(靜)이라 한다. 이것을 본성으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歸根曰静, 是謂復命.4)

 

부연하면 “노자도 ‘도덕경(道德經)을 통해 근원으로 돌아기기위한 수행의 방법으로 관법(觀法)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불교의 지관수행(止觀修行)과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5)

 

[참고문헌]

1)능엄경 주해(楞嚴艦 註解), 이운허(李耘虛) 註解, 동국역경원(東國譯經院).

2)조향숙, 尋牛圖로 표현 된 자아발견, 홍익대대학원석사논문, 2008./RISS 학술연구정보서비스.

3)석지현, 선으로 가는 길, 일지사, 1986./조향숙, 尋牛圖로 표현 된 자아발견, 홍익대대학원석사논문, 2008./RISS.

4)도덕경,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현대지성.

5)老子道德經憨山解에 나타난 佛敎와 道家思想의 比較硏究, 동국대대학원석사논문, 권기태(玄慧), 2007./RISS.

 

[글=권동철, 8월2일 2024, 인사이트코리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