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만 년 전, 앞 문단에서 묘사한 것처럼 살을 에는 듯 한 추운 빙하기의 한 밤중에 우리와 비슷한 몸과 뇌를 가진 남녀들이 우리 종의 가장 오래된 특성 중 하나의 시작을 알렸다. 바로 정신적 추상을 창조하여 널리 퍼뜨릴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다.1)”
대형전시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명의 스포트라이트 아래 숭엄한 자연계의 원시적 속살이 드러나는 류영신 작가 ‘Forest-Black Hole’, ‘Forest-Divine’연작, 50호 이상 대작 60여점이 변주하는 하모니가 신성한 세계로 인도했다.
서울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AI센터 B2, ‘세종뮤지엄갤러리(Sejong Museum Gallery)’에서 3월27일 오픈, 4월7일까지 ‘류영신 기획초대전’이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며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한지와 닥나무의 콜라주(Collage)가 발산하는 블랙과 블루, 옐로우와 터키색 등 다채로운 컬러의 컨템퍼러리(Contemporary) 추상은 거대한 나무가 즐비한 숲, 신비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듯 자연계의 위엄이 서려있는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다.
태초의 우주비밀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듯 작품의 디스플레이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한 수고로움이 전해졌다.
류영신 작가가 30년 전, 시베리아 열차횡단에서 바라본 자작나무 숲에서 영감을 얻은 ‘숲’에 관한 천착은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확장, 발표되고 있다.
전시장에서 숲의 내부, 화석의 얼룩들이 융기된 해안가 암석 등의 언어를 만나고 나아가 우주와 인간 그리고 생명의 근원에 대한 회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는 것도 관람의 흥미를 배가(倍加)시킬 것이다.
[참고문헌]
1)뇌와 세계(The True Creator of Everything), 미겔 니코렐리스(Miguel Nicolelis)著, 김성훈 옮김, 김영사.
[글=권동철, 3월31일, 2024. 인사이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