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철의 화가탐방

[권동철의 화가탐방]서양화가 이태현⑦‥주역(周易) 팔괘(八卦), 음양, 동양의 우주관, 한묵 화백, 2020~2024년[Lee Tae Hyun,이태현 작가,이태현 화백,이태현 미술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4. 3. 3. 18:36

 

(왼쪽)2003년 덕수궁현대미술관, 왼쪽부터 미술평론가 김인환, 한묵 은사, 이태현. (오른쪽)2=2012년 홍익대 스승 한묵 화백과 이태현. 사진제공=이태현.

 

“이 시기 나의 작품은 주역(周易)의 64괘에서 변형시킨 것이다.1)

 

“2003년경에서 현재의 이태현 작품들은 혼돈을 벗어나 질서에 도달하는 오랜 역정을 반영하고 있다. 혼돈과 질서의 대비적 국면은 사라지고 화면은 이제 어떤 요지부동의 세계로 진입되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우주공간을 연상시키던 유동하는 공간과 이 위에 일정한 질서의 의지로서 부표를 설정하였던 바로 직전의 작품들과 연계해서 본다면 유동하는 우주공간이 기호로서 질서화 되고 있는 상황임이 분명하다.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왔던 화면의 질서가 다름 아닌 동양인의 우주관, 동양인의 인생관으로 귀의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2)

 

Space 2020 135² I corona, 135×135㎝, oil on canvas, 2020.

 

“토막진 검은 선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화면 전체를 덮어가는 구조는 벽돌장을 빼곡히 쌓아올린 형국이다. 토막의 검은 선조는 다름 아닌 8괘를 원용한 것이다. 부표처럼 화면에 부상하던 작은 점회의 기호들이 서로 이어지면서 하나의 띠를 만들고 그것이 동양의 역의 기호인 8개로 진행된 것이다. 역을 구성하는 64괘의 기본이 되는 것이 8개의 도형이다. 이를 임의로 연결 지어 독특한 검은 띠의 구조화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기호의 원용이란 차원을 넘어서 동양인의 사유의 체계를 평면이란 공간 속으로 유도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3)

 

Space 2815005, 226×169㎝ oil on canvas, 2008.

 

“여기에 일부 패턴에서는 전통적인 미의식이나 생활철학의 수용도 엿보이는데, 작가의 그림에서처럼 기하학적 패턴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 전통적인 창살 문양을 연상시키고, 생활철학으로 치자면 전통적인 팔괘의 도입이 연상된다. 주지하다시피 팔괘는 동양의 역(易)의 기호로서, 역을 구성하는 64괘의 기본이 되는 8개의 기본형을 말한다.

 

세상만사와 이치를 그 기본형의 변주로 다 표시하고 설명 (그러므로 표상)하는 동양 고유의 우주론이고 존재론이고 생활철학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기하학적 형식과 구조를 빌려 작가가 자기 내면에 짓는 질서 의식의 성소는 이런 동양철학의 원형에 가닿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그러므로 어쩌면 먼 길을 돌아 종래에는 자신이 유래한 본연에 당도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여기에 작가는 모더니스트이면서 동시에 현실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덧붙여 강조하고 싶다. 모더니즘 추상회화의 준칙인 패턴과 반복은 보기에 따라서 코로나 19의 무한복제에 대한 시대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게 작가는 추상회화로 나타난 기하학적 형식 속에 현실을 반영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고, 그렇게 시대정신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었다.4)

 

Space 2021 130² IV corona, 130×130㎝, oil on canvas, 2021.

 

 

[참고문헌]

1)이태현 작가 작업실에서 인터뷰, 권동철 대담, 2023.

2)오광수 미술평론가, 생성과 질서-이태현의 조형과 그 편력, 2006.

3)오광수 미술평론가, 생성과 질서-이태현의 조형과 그 편력, 2006.

4)고충환 미술평론가, 이태현의 회화-자기 내면에 질서의식의 성소를 짓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