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李泰鉉,1940~)작가는 초창기에 앵포르멜과 네오다다를 거치면서 한국현대미술의 전위적인 운동의 한 가운데 있었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에 하나같이 <공간>이라는 제목을 붙이는데, 그의 작업은 일종의 공간에 대한 변주로 보아진다. 그 자체 실재하는 공간을 재현한 경우보다는 관념적인 공간, 이념적인 공간을 표상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우주공간을 연상시키는 유동하는 공간과 이 위에 일정한 질서의 의지로서 부표를 설정하였던 바로 직전의 작품들과 연계해서 본다면 마치 유동하는 우주공간이 기호로서 질서화 되는 상황으로 보아진다. 사유적인 철학이 담긴 그의 작품에서 특히 동양과 서양의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알 수 있는데, 자연을 구분하는 것엔 근원으로서 자연과 대상으로서 자연이 있다. 동아시아 철학과 예술에서는 대부분 자연을 ‘근원’으로 해석한다.
이태현 화백 근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자기세계에 대한 확신과 그것의 전개에 있어 부단한 변모에서 여유를 곁들인다. 그는 초기에서부터 기하학적인 패턴과 자유분방한 표현적인 내면을 대비시키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작가는 추상회화로 나타난 기하학적 형식 속에 현실을 반영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고, 그렇게 시대정신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오랫동안 탐구해왔던 화면의 질서가 동양인의 우주관, 동양인의 인생관으로 귀의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이계선 통인화랑 관장>
△전시=이태현-原點에서, 10월5~30일 2022년. 통인화랑.
△12월21일 2022년.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