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창(金基昶,1914~2001)은 어렸을 때 장티푸스로 청각을 잃은 후, 이당 김은호(以堂 金殷鎬)에게 동양화를 배워 근현대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로 성장했다. 1931년 제10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처음 입선하여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1937년부터 1940년까지는 연4회 특선하여
추천작가가 되었다.
해방 후에는 운포(雲圃)라는 호를 대신하여 운보라 쓰기 시작했으며 일본화풍 청산을 위해 적극적인 모색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전쟁 때 군산으로 피난 가 있는 동안 반추상과 입체주의를 도입한 새로운 동양화를 실험하면서 점차 추상과 구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폭넓은 창작 세계를 보여주었다. 1957년에 새로운 민족예술의 개척을 목적으로 한 백양회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김기창은 ‘군마도’라는 소재를 즐겨 그렸다. 여러 마리의 말이 무리를 이룬 가운데, 서로 방향을 달리 하여 앞모습, 뒷모습, 옆모습이 골고루 표현되어 있고, 운동감, 즉 ‘동세(動勢)’를 표현한 방식이 매우 탁월하다. ‘역동감’을 표현하는 한국화의 교과서와 같은 작품이라 할 만하다. 그의 여러 ‘군마도’작품 중에서도 특히 1955년작 ‘군마도(群馬圖)’는 단연 최고로 손꼽힐 만큼 압도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김기창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폐허를 딛고 재개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추천위원 자격으로 1956년 이 작품을 출품했다. 전후(戰後) 새로운 열정으로 충만했던 작가의 심정이 표출되는 듯 하다.<글=정해선>
△권동철=2월14일 2022년.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