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식

[MMCA 이건희 컬렉션특별전 한국미술명작-(7)박수근,농악,절구질하는 여인,유동(遊童),2021년 7월21~2022년 3월1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1전시실[MMCA Lee Kun-hee Collection Masterpieces of Korean Art:Park Soo Keun]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2. 2. 10. 19:30

박수근 전시전경. 사진= 권동철

 

 

제도권 미술교육을 받지 못한 박수근이 화가로 등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는 것이었다. 박수근은 193218세가 되는 해에 수채화 봄이 오다를 출품하여 첫 입선을 한 이래 타계할 때까지 꾸준히 조선미술전람회대한민국미술전람회와 같은 관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그가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한 작품들은 주로 농가의 풍경과 여인의 모습이었는데 이러한 모티프는 평생 일관되게 이어진다. 1940년 이웃에 살던 김복순과 결혼식을 한 뒤에는 그의 아내가 작품의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 ‘실을 뽑는 여인’, ‘맷돌질하는 여인’, ‘망질하는 여인’, ‘모자등은 모두 아내를 모델로 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박수근=절구질하는 여인, 130×97㎝ Oil on canvas, 1954. 국립현대미술관제공.

 

 

절구질하는 여인은 박수근 특유의 색감과 마티에르가 완성도 있게 구사되어 있다. 1960년대가 되면 박수근 특유의 양식화가 진행되는데, 이 작품은 그 전의 무르익은 기량과 정제된 기법의 구사가 잘 드러나 있다. 타계하기 직전인 1964년에도 동일한 도상의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후기에 제작된 작품들에 비하면, 이 작품에는 인물의 이목구비 손동작 등에서 개성적이고 구체적인 묘사가 감지된다.<=김예진>

 

 

 

박수근=농악, 162&times;96.7㎝ Oil on canvas, 1960년대. 국립현대미술관제공.

 

 

◇단순화된 형태, 강직한 선묘

박수근은 1962년 무렵부터 농악을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고 1963년에는 추천작가 자격으로 ()’을 출품했다. 현재까지 농악을 그린 작품으로 알려진 것만 7점에 이르는데, ‘농악은 그 중에서도 가장 대작이며 인물의 형태보다 마티에르를 강조하여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세로로 긴 화면에 두 무리의 인물을 상하로 배치하고 움직이는 방향을 반대로 하여 화면에 변화를 주었다. 그림에는 배경도 없고 인물들 사이의 원근감이나 입체감이 완전히 배제된 채 간략한 선묘로만 인물의 형태를 규정하였다. 검은 선묘로 인물을 형태를 묘사한 것을 제외하면, 인물과 바탕의 색태와 질감이 균질화되어 멀리서는 그림 속의 형태를 발견하기 힘들다.

 

인물을 표현한 검은 선묘 역시 강직한 직선을 위주로 하여 전체적으로 풍화된 암각화와 같은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1950년대 말 작품의 색채와 질감에서 독창적인 화풍을 완성한 후, 다시 단순화된 형태, 강직한 선묘 등을 가미하며 한 단계 더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던 박수근의 조형적 의지가 선명하게 읽히는 작품이다.<=김예진>

 

 

 

박수근=유동(遊童), 96.6&times;130.5㎝ Oil on canvas, 1963. 사진=권동철

 

 

◇한국전쟁 후 서민들의 일상

유동(遊童)’196556일 박수근이 타계한 후, 같은 해 11월에 열린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유족에 의해 출품된 작품이다. 박수근은 1959년 국전의 추천작가가 되고 1962년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화단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그런데 1963년에는 그가 살던 창신동 한옥이 소송에 휘말려 철거되는 사건이 생겼고, 백내장이 악화되어 한쪽 눈을 실명했을 뿐만 아니라 기대했던 미국 전시도 무산되면서 실의에 빠졌다. 그리고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타계하고 말았다.

 

박수근은 자신이 거주했던 동네의 풍경, 길가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 시장을 오가는 여인들의 모습, 휴식을 취하는 노인의 모습, 시장과 노점 풍경 등 한국전쟁 후 서울에 자리 잡은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아이를 업고 있는 소녀, 쪼그리고 앉아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다른 작품에서 자주 발견되는 소재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배경은 농가로 바뀌었고, 대개의 작품에서 인물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집들은 소략하게 표현되는 데 반하여 아이들을 둘러싼 집의 모습이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림 전체에 풍기는 온화한 색조,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감, 그리고 아이들 간에 오가는 시선 등에서 대상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애정이 감지되는 작품이다.<=김예진>

 

권동철=2102022,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