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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이현권..한강미학 문화코드10년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1. 3. 30. 17:22

이현권-서울, 한강을 걷다 2010-2020

 

한강미학 문화코드10년

 

 

“정신분석이 충동의 무의식적 세계를 밝혀주듯이 카메라는 시각적 무의식의 세계를 침투해 들어가 위협으로 느껴지는 기술화가 대중의 불안과 꿈에 가져오는 영향을 탐지한다.”<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지음, 최성만 옮김, 도서출판 길>

 

먹구름 속을 튕겨나가는 검붉은 갈기의 야생마처럼 확 트인 길 위를 빨간 자동차가 질주하고 눈보라를 뚫고 한강다리를 건너는 기차는 백색 아우라가 되어 찬바람을 가른다. 문화유산과 현대도시의 공간디자인, 인위적이었지만 뿌리를 내리고 마침내 한강이 된 나뭇가지사이를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 연주, 헨델 라르고선율이 위무하듯 맴돈다.

 

 

이현권-서울, 한강을 걷다 2010-2020

 

◇축적된 단면으로서 시각문화학

 

이현권 작가 ‘2010-2020 서울, 한강을 걷다’ 10주년기념 사진작품집이 최근 발간됐다. 예나 지금이나 한강이라는 젖줄에 모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녹아 든 강을, 지속적으로 발품을 팔아 긴장감 가득한 팽팽한 도시적 일상과 물의 서정이 공존하는 체험적 문맥의 담론들로 담아내고 있다.

 

다양성과 생명성이라는 시의성(時宜性)을 수록한 작품세계는 알고리즘과 플랫폼 등 빅 데이터시대의 패러다임 선상에서 포착한 시각문화(Visual Culture)의 참신한 이야기들을 제시한다. 시간의 지속에서 존재하는 것들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혼성(hybridization)적 요소를 드러내는 문화코드(culture code)로서의 한강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강10년 사진작품집을 발표함으로써 무의식연구에 천착해 온 정신의학전문의인 작가가 그동안 주의 깊게 한강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 관찰과 탐구의 노력이 시각문화학적기록으로서 사진작가 이현권을 주목하는 전기(轉機)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현권-서울, 한강을 걷다 2010-2020

 

많은 필름이 흘러갔다. 그 하나하나엔 내 몸과 반응한 나의 과거 시간이 그대로 고정되어 묻어 있었다. 한강의 물은 뜨거운 나의 감정이었다가 차가운 이성의 기하학이 되기도 하였다. 그 공간이 비로소 나로 채워졌을 때 나는 셔터를 누른다.

 

시야가 흔들릴 정도로 공간이 나를 압도할 때가 있다. 프레임은 내 전체와 반응하여 흡수하듯 공간을 필름에 담는다. 한강은 나의 모든 것과 교류한 축적된 단면이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이현권-서울, 한강을 걷다 2010-2020’(HYUNKWON LEE, WALKING ALONG THE HAN RIVER 2010-2020) 사진집 >

 

=권동철 미술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인사이트코리아 3월호,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