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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uth Korea Painter SUH KYOUNGJA]서경자 작가,서양화가 서경자,명상-성성의 블랙홀,Meditation-星性·Black Hole,파우스트(Faust),스토코프스키(Leopold Stokowski),徐敬子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1. 1. 13. 17:43

Meditation-星性·Black Hole, 90.9×65.1㎝ Acrylic on canvas, 2020

 

 

[권동철의 갤러리]서양화가 서경자생령의 우주 심연의 블루

명상-성성의 블랙홀(Meditation-星性·Black Hole)’시리즈

 

 

“찬란한 지구는 빠르게, 불가사의하게도 빠르게 그 주위를 맴도누나. 낙원의 밝은 빛과 소름끼치는 어둠이 교차하도다. 바다가 풍랑을 일으키며 깊은 바위에 부딪쳐 물거품 날리고, 바위와 바다, 영원히 빠른 천체의 흐름에 휩쓸리도다.”<파우스트(Faust),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인순 옮김, 열린책들 刊>

 

태초의 장엄한 시간의 역사를 명징하게 기록하려는 듯 고요는 별무리들을 더욱 생생하게 드러냈다. 태양계 행성의 공전을 연결해주는 푸르른 화음의 선율들이 드라마틱한 은막의 비밀처럼 우주의 밤에 스며든다.

 

어디선가 숲 속에 난 자그마한 도랑을 따라 맑고 투명한 물줄기가 졸졸졸 흘러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겨울새들이 눈 쌓인 가지를 흔들고 후드득 날아오르는 순간 달빛에 부서지며 낙하하는 눈꽃송이에서 블루의 상념들이 녹아내린다.

 

 

Meditation-星性·Black Hole, 195×130㎝, Acrylic on canvas, 2020

 

20세기 최고의 지휘자 스토코프스키(Leopold Stokowski)의 바흐 편곡 토카타와 푸가 D단조(BWV.565)’가 헤아릴 수 없는 에너지를 거느리고 불가사의세계로 이끈다. 긴 행렬의 영롱한 은하수 무리들이 북소리가 이끌어가는 유려한 선율을 따라 춤을 춘다. 빨갛고 노란, 푸르고 하얀 꽃잎들이 밤하늘에서 쏟아져 내린다.

 

넘실거리는 물결처럼 오색찬란한 별들이 우아한 율동의 형상으로 비행할 때, 바다와 대지의 바람이 부딪혀 솟구치듯 스펙터클한 웅혼한 음색이 광야에 번져나갔다. 뒤이어 거친 호흡의 입김을 토해내며 두두두 달려오는 천리마의 발굽에 수없이 튀어 오르는 산산이 깨어지는 먼지와 질퍽한 흙덩이의 아우성.

 

 

서양화가 서경자<작가제공>

 

한편 서경자 작가는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 판화과 졸업했다. 갤러리 팔레 드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등에서 개인전 28회 가졌다. 2000년대 초부터 명상적 작품 ‘The Blue’를 발표하며 꾸준하게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신작 명상-성성의 블랙홀(Meditation-星性·Black Hole)’시리즈는 부드러운 곡선, 삼각형의 띠, 별모양, 원 등의 기학적 도형을 통한 공간감을 살려내며 숭엄한 우주의 운율을 명상적 세계로 승화시켜나간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의 묘약을 찾아 뜨거운 모래사막을 걸어간 연금술사를 생각한다. 한결같은 저 항성이 내려다보는 곳에 있는 는 누구인가. 별들이 열어준 공간, 원소들이 뿜어내는 휘황찬란한 빛깔의 풍경 속 신비한 끌림의 동소체는 새로운 에너지의 확장을 선사한다. 나의 명상미학은 처음에 대한 동경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2021111일자 이코노믹리뷰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