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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CHUU YOUNG HO]추영호 작가,경북 선산출신 작가,CHUU YOUNG HO,미술가 추영호,秋永浩,미술인 추영호,도시의 백일몽,도시의 생활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9. 3. 19. 19:39


               미술가 추영호(秋永浩, ARTIST CHUU YOUNG HO) <사진=권동철>



도시의 탐험 사유의 신화

 

변덕스런 도시야, 너 나를 맞아들일 땐 얼마나 달랐던가! 잘 닦아 반짝이는 창가에선 종다리와 꾀꼬리가 경쟁하듯 노래했지. 둥근 보리수들은 꽃을 피우고 맑은 개울물은 밝게 속삭였네. 그리고 아, 아가씨의 반짝이는 두 눈, 그 순간 넌 끝장난 거야, 친구야!”<미학편지 겨울나그네(Winterreise), 프리드리히 실러 지음, 안인희 옮김, 휴머니스트 >

 

집이라는 대상을 카메라로 찍고 한 장씩 프린팅 하여 그것을 가위로 오려내어 캔버스에 수작업으로 붙여나간 후 마감처리를 한다. 화면을 실제 만져보면 하나씩 붙여나간 돌출된 텍스처가 전달하는 입체감을 감지할 수 있는데 원근, 비례법 등이 완전 무시된 재구성임에도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못하는 미묘한 속임의 매력이 스며있다.

 

특히 작가가 갈수 없는 곳은 컴퓨터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촬영된 이미지를 차용한다. 이는 다각적 관점에서 찍은 이미지들의 변주로 작업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임의적으로 수백 컷 사진을 캡처해서 조합하는 기법이기 때문에 작가조차도 결과물을 예측할 수가 없다. 현재의 도시를 오브제삼아 작업하지만 결과물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제3의 공간으로 창작되어지는 흥미로움과 맥락을 같이한다. 



Hanoi, 116.8×91, 2014 



가위로 하나하나 잘라나가는 조각적 요건, 카메라와 인공위성사진캡처라는 컴퓨터공학네트워크의 활용, 아크릴과 캔버스 등 회화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멀티스태킹 작업인 컨템퍼러리 아트(Contemporary Art)작품세계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토샵이면 신속한 작업이 가능할 텐데 왜 느리게만 진행되는 노동집약적인 수작업을 고수하는 것일까? “빠른 결과물을 볼 수 있는 사진매체의 특성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래도록 생각하고 정제하며 나만이 할 수 있는 미학가치에 무게를 둔다.

 

50호 한 점을 완성하기까지 1~3개월, 100호짜리는 4년 걸린 작품도 있는데 정신과 시간을 녹여내야만 가능하다. 작업의 흐름이랄까, 과정의 호흡이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희소성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Andalucía, 116.8×91, 2015



매체경계 넘나들 것

작가는 경북 선산읍 시골에서 자란 유년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작업의 단초가 되었다고 했다. “성장하면서 도회지에서 생활하고 어른이 되어 고향을 찾았던 어느 날, 도시화에 나의 추억이 송두리째 사라졌는데 그러한 아쉬움이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 갔다.”

 

그 후 고향마을 집들을 하나하나 수집하듯 촬영하여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붙여나가기 시작했는데 2009년 발표한 도시의 생활연작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사유의 확장을 드러내 보이며 제3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2017년 발표한 도시의 백일몽시리즈는 화랑가의 신선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City life-Masuleh, 116.8×91handcraft collage & acrylic on canvas, 2017



추영호 작가는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메타디자인 사진 전공했다. 2001년 쌈지작가로 데뷔했고 런던 사치갤러리 ON-LINE 공모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12회가 졌다.

 

한편 명동성당 인근 조용한 찻집에서 인터뷰 한 작가에게 작업의 본질적인 방향성을 물어보았다. “어떤 정의되지 않은, 규정되지 않는 작업을 실험적으로 이어가는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매체의 다양함과 표현의 자유로움을 위해서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 것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93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