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청여 이구열, 靑餘 李龜烈]원로미술평론가,한국근대미술연구소장,이당 김은호,이인성,박생광,도상봉,장발,김봉태,윤명로,이구열,최관도,박서보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9. 3. 4. 19:58

‘60년미술가협회전 참여 작가. 왼쪽부터 김봉태, 윤명로, 박재곤, 방근택, 이구열, 최관도, 박서보, 손찬성, 유영열, 김기동, 김응찬, 김대우. <사진:에이엠아트>



미술계와 인연 오, 60년 여정!

 

 

나의 인생마감이 눈앞인 90문턱 미수나이에 이르렀다.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모든 지난 일들이 이미 아득하다. 그러나 엊그제처럼 기억에 생생한 대목도 많다.나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 재주가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었다. 6.25전쟁 때 참전한 뒤 운 좋게 신문사에 들어가 미술 전문기자 생활을 하게 되어 미술계 전반과 평생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머리말 중에서>

 

원로미술평론가이자 한국근대미술연구소장인 청여 이구열(靑餘 李龜烈, 1932~)선생이 1949~2018년까지 다양한 매체에 실렸던 흩어진 원고’100편을 두 권의 책으로 묶은 청여산고(靑餘散稿)를 출간했다.

 

△①권 근대한국미술작가와 작품=이중섭, 박수근, 박래현, 오지호, 김흥수, 전혁림, 이성자, 이대원, 임창순, 김수근, 장리석 화백 등 50여 명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생생한 체험과 냉철한 시각의 분석으로 담았다. △②권 근대한국미술에세이와 비평=저자의 해외미술탐방기, 문화재, 미술사, 전시비평, 북한미술 등 폭넓은 발자취를 담았다.

 

“1988년에 착수된 정부사업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정신문화연구원)미술부문편집위원이 되어 근대한국미술수백항목의 거의 전부를 나 혼자 집필한 것은 큰 보람이었다. 그러나 아쉬웠던 일은 그 집필항목들에 그 후 작고한 작가들을 추가하면서 근대한국미술사전(事典)을 따로 출판하고 싶었던 것을 못한 것이다.”

 


  146415,000/257617,000, 2018. <에이엠아트 >



한국미술의 귀중한 力著

저자는 1918년 한국최초의 미술단체 서화협회탄생과 그 주역이었던 한국에서 제일먼저 서양화를 그린 개척자 춘곡 고희동과의 6311월 인터뷰를 싣고 있다. 서화협회는 15회전(1936)을 마지막으로 민족적 강행군의 발자취를 남겼는데 일제는 은근한 탄압으로 괴롭혔다. 3·1운동의 선구자 오세창, 최린 같은 이가 회원이었다.

 

한일합방 직후인 1911년에 창덕궁 왕실의 재정후원으로 창설되었던 서화미술회강습소는 최초의 근대적 서화전문학교였다. 이당 김은호는 뜻밖의 행운으로 그곳을 찾아가 심전에게 간단한 재능테스트를 받고 즉시 정식학생이 되어 내림그림이라는 말로 인정받은 놀라운 재질을 나타냈다.

 

당시 전통화단의 쌍벽 대가였던 심전 안중식과 소림 조석진이 창덕궁 측의 희망으로 이왕 전하(순종황제)대원수(大元帥)군복차림반신상을 아직 화법의 기초도 익힐 겨를이 없었던 강습소 신입생 이당에게 시험조로 맡겨보았던바, 그야말로 천부적 재능으로 놀랍게 완성시켰다는 실화는 유명하다.

 


       지난 110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청여산고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저자 이구열 미술평론가

<사진:에이엠아트, by 황정욱



또 한국가톨릭역사와 관련한 본격적 성화를 선구적으로 가장 많이 그린 장발 화백의 발자취를 담고 있으며 어느 시대나 새로운 조류는 있는 거요. 그러나 조류의 주축이 되는 전위라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후위를 위한 것이 아니요?”라며 고령의 예술가다운 지론을 말한 도상봉 화백, 천경자 화백의 전 일본말로 사비시가리야’(외로움을 부르는 사람)예요.”라며 서슴지 않고 그렇게 말한 화실방문기는 흥미롭다.

 

그리고 수채화와 유화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이인성, 팔순 전후의 말년시기에 놀랍고 대담한 예술적 변신을 나타내 현대한국미술사의 새롭고 독창적인 한국화의 거장으로 상승한 박생광 화백예술을 조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근대한국미술사에서 단독적인 창작판화작품으로 1921년 월간잡지 개벽13에 실린 나혜석의 2색도 목판화 개척자등의 내용도 소중한 기록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93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