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삼일운동100주년 간송특별展①]간송 전형필,澗松 全鎣弼,간송미술관,송원 이영섭,마에다 사이이치로(前田才一郞),위창 오세창,신보기조(新保喜三)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9. 2. 19. 20:38


1938년에 준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간송미술관의 전신인 보화각(葆華閣) 개관기념일에. 왼쪽부터 청전 이상범(화가), 월탄 박종화(시인, 소설가), 춘곡 고희동(화가), 석정 안종원(서화가), 위창 오세창(서예가, 독립운동가), 간송 전형필, 박종목, 심산 노수현(화가), 이순황. <사진=간송미술문화재단>



비장한 큰 뜻 민족의 영광

  

간송이 수집한 우리 문화재는 삼국시대부터 조선말 근대에 이르기까지 전 시대에 걸쳐 있으며, 서화는 물론 조각과 공예 등 조형미술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그래서 간송미술관 소장품만으로 한국미술사를 서술할 수 있으며, 이를 제외한 한국회화사는 상상할 수 없다.”<=이원복-국립 광주박물관장, 간송 전형필 , 이충렬 지음, 김영사>

 

국보와 보물 등 총60여점으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지난 14일 오픈, 오는 331일까지 열리고 있는 삼일운동100주년 간송특별, 대한콜랙숀전시장엔 중학생들로 보이는 단체와 일반관람객으로 줄을 이었다.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1935년 일본인 골동상 마에다 사이이치로(前田才一郞)에게 거금 2만원에 구입한 국보68청자 상감포도동자문 매병(靑磁 象嵌葡萄童子文 梅甁)’이 어둑한 듯 은은한 조명아래 미묘한 고독감을 풍기며 서 있었다. 푸르른 미감의 우아함은 그 자체로 극치의 아우라를 풍겨 일순간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였다. 우리민족의 찬란한 예술성에 콧등이 찡해져 쉬이 지나지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렸다.

 


  추사 김정희-예서 대련, 129.5×31.9(each) 지본, 1856 



문화재수호 그 일념

다음의 글은 간송이 문화재수호라는 일념의 행보를 가까이서 지켜 본 골동계 원로 송원(松園) 이영섭(李英燮)의 월간 문화재16(1973, 11), 18(1974, 2)에 실린 내가 걸어 온 고미술계 30중에서 발췌 요약했고, 장문(長文)삼일운동100주년·간송특별·대한콜랙숀 도록(2019)’에 수록되어 있다.

 

청자 상감포도동자문 매병 특유의 아름다운 선으로 구성된 이 거작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드문 호화찬란한 문양과 맑고 푸른 때깔로 세상에 고려자기가 많다 해도 그 화려함에 있어서나 웅장함에 있어서 이에 비견할 물건을 나는 아직 본 적이 없다.

 

마흔여섯 개의 흑백원형이중상감(黑白圓形二重象嵌)이 매병 전면에 조화를 이루며 배치되어 있고 그 원형 가운데 구름사이로 뚫고 날아 올라가는 학을 한 마리씩 그리고 원형과 원형사이에 무수히 흐르고 있는 구름을 뚫고 날아 내리는 학의 수가 스물세마리 합쳐서 예순아홉 마리가 된다.

 

그러나 이 거대한 병을 가령 책상위에 놓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보면 하늘빛 푸른 바탕에 날아오르고 날아 내리는 학은 끝없이 뒤따르고 있으며 한 시간만 빙글빙글 돌리면 수만 마리의 학이 창공의 구름사이를 날아오르고 날아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왼쪽)청자 상감포도동자문 매병, 높이42.413세기후기 (오른쪽)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 병, 높이42.318세기 



이와 함께 이영섭은 다시 국보 294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白磁 靑畵鐵彩銅彩草蟲文 甁)’을 기술하고 있다. “간송은 그 당시 나이 30정도였으며 동경서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귀국하여 뜻이 있어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씨 댁에 다니며 전각을 배우고 서예를 연마하였으며 일방(一方) 청전(靑田), 심산(心汕) 등 화가와도 교유하였다.

 

그 무렵 어느 날 간송은 상감청자운학문매병을 소개한 바 있는 일본인 골동상 온고당 주인 신보 기조(新保喜三)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두 주일 앞으로 박두한 모리 고이치(森梧一)씨 수집품 대전시 경매에 관해 설명하고 도록을 만들기 위해 작성한 출품 물건 사진을 하나하나 제시하면서 청화백자양각진사철채난국초충문대병을 이 기회에 어떤 무리를 해서라도 경락시켜 전번에 구입한 상감청자운학문매병과 짝을 채워 쌍벽(雙璧)을 이루도록 하면 수장가로서 그 이상 바람직한 일은 없을 거라고 힘주어 얘기하며 간송의 용단을 바랐다. 간송은 해봅시다 하고 결단을 내렸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91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