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자료

〔화가 박철환〕 우주의 중심에 있는 꽃들 (목련,서양화가 박철환,박철환 작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6. 2. 14. 15:27


화가 박철환




이상기후로 비가 오다가 눈이 꽤 많이 내린 날씨였었다. 얼마 전부터 두툼한 외투를 벗고 근처 나지막한 산길을 산책하면서 눈인사를 나눈 몇 새싹들의 안부가 불현듯 궁금해 질척거리는 길을 헤집고 갔었다. 눈을 헤집고 뽀송하게 얼굴을 내민 새싹들. 이들을 보면서 돌아서는데 왜 자꾸 싱글벙글 웃음이 나는 것일까.


아름다움의 결정체인 꽃은 그림과 친근한 관계에 있다. 적어도 필자에게 꽃은 단지 정물화의 한 소재이기 보다는 충만한 생명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하는 고뇌의 산물이다. 하나의 나뭇가지에 매달린 여러 송이의 목련은 춘풍에 가늘게 하늘거리거나 수줍게 피어나는 꽃은 좀처럼 꽃 피는 시연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할 때면 고요히 꽃과의 대화를 한다. 조용히 꽃을 응시하거나 나무에 기댄 채 천진하게 다리를 뻗고는 나무 그늘 아래 소꿉장난 했던 어린 시절 마냥 논다. 그럴 때면 봄날의 하루가 저물고 어둠이 밀려오거나 바람의 일렁임이 커지면 꽃이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마치 순애보 사랑을 하듯 내일 이른 아침에 만나라는 듯이.

 

나는 꽃들과 하나 됨을 원한다. 그것은 마음의 경로이며 캔버스에 그리기 전에 그들과 교우한 충만감이 화면에 옮겨 동적인 느낌을 부여하는 지도 모른다. 꽃은 자연의 경외심에 대한 필자의 강한 감정이입의 정서를 자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르네상스의 화가 알베르티가 강조하듯이 회화는 자연의 창조적 역할을 모방해야 한다. 이러한 미학에서 자연이 수행하는 창조와 화가의 작업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이는 화가를 우주의 중심에 다시 놓는다고 본다.

 

필자는 우주의 중심에 있는 꽃들의 사실적인 표현에 집중하기도 한다. 어떤 꽃은 리얼하게 혹은 담백하게 정성스럽게 치장한다. 정물화가 담고있는 세심하고 정교한 필치의 사실화가 주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매력으로 보여주고자 하기도 하며 풍부하고 다양한 꽃들의 표정과 도자기들의 조화를 연출하기도 한다.

 

나는 그러한 꽃들을 마음으로 끌어들여 비로소 그들을 하나의 풍경을 끌어들인다. 그 마음을 담은 풍경은 희망을 예시한다.

 

꽃이 단순히 보이는 것에서 스스로를 나타내는 초월적 실재로서 진정 자유롭고 자신의 고유한 색으로 빛을 발한다. 꽃이 가진 자연의 진실을 담아내는 것. 나는 꽃에서 감동과 위안을 받는다. 꽃이, 꽃에서 나아가 자연이 곧 내 회화의 커다란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박철환 작가

 


 

 

2010324일 스포츠월드/SW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