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자료

화가 박명선|그 가을편지의 낡은 종이(박명선 작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6. 2. 13. 15:27


화가 박명선





포장지, 박스종이 등등. 갖가지 표면의 질감과 서로 다른 표정과 감각적이고 선명한 색상과 재미난 문자, 이미지를 가진 종이들. 이미 완결된 표현성과 충분히 가시화 시켜주고 있는 시 각성. 종이나 천 조각들을 채집하고 이를 즉흥적으로 모자이크 해 놓았다. 순간적인 충동 즉발적인 연쇄반응에 따라 그것들은 저희끼리 어울린 또 하나의 세계상을 만들어 나갔다

 

물성

종이는 화가의 기록을 받아들인다. 나의 경우,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단지 평면, 감정이나 인식의 도입. 그렇게 되기까지 감정이나 관찰을 넘어 독특한 독창적 매체의 수용에 이르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나에겐 조금의 시간이 있었고 평면에서 주제의 구체화에 적절한 이국(異國)의 자극들이 긍정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주변의 감성의 대상이었지 본질은, 종이의 물성을 살려 또 다른 회화적 감성을 표현하는 것 이었다.

 

생존의 연장, 죽음의 지연

상품의 포장과 껍질을 이루는 그 육체들은 일회용으로 혹 그것이 아니더라도 쓰여지다 버려진 것들이다. 그러나 화려한 과거가 있는 인간의 역사처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기록들에 한 때 수많은 사람들은 문장을 바라보며 희망을 꿈꾸었을 수도 있었으리라.

 

버려진 종이위에서 깨닫는 타인의 삶의 흔적. 너무 쉬운 외면. 그 이후 나는 바빠진다. 그것들을 모아 다시 삶을 부여하고 화면 속에 또 다른 생존의 연장인 죽음의 지연을 보여주는. 요즈음처럼 가을로 깊이 물들어가는 11. 상처받는 사람들에게 날아든 한 줄의 위로. 그 가을편지의 낡은 종이.

 

 

공간 

창을 열다 문득 멈춘다. 언제나 보았던 숲과 꽃으로 잘 정돈된 정원. 문득 나의 현재, 여기는 2001, 독일 슈투트가르트. 문득 내 손은 바빠진다. 언어의 내면화. 종이의 형상화. 다양한 종이들을 붙여나가는 꼴라주 작업들. 거창한 자의식의 발로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즐김의 공간. 단지 회화적인 행위로서의 작업, 그것은 하나의 모색이었다.

 

아아, 모국에서 부쳐온 소포. 묻혀 날아온 또렷이 글씨가 남아있는 어느 유명 작가의 생을 주제로 한 감동적 시 한 편. 먼 길 온 먼지 묻은 저 종이들. 후드득 먼지를 털어낸다. 낯선 곳. 한 줄기 바람이 볼을 스쳐가는 고독을 느껴본 사람은 알 것이다. △〔SW칼럼=박명선/경희대·경기대 출강


 

2008113, 스포츠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