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남도의 길을 달린다. 차창을 수없이 지나가는 풍경들. 목포 유달산, 갓바위, 영암 월출산, 그리고 주변의 야트막한 토산들. 이 풍경들이 신기하게도 어느 때 본 그림처럼 기억 속에 겹쳐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우리 산수, 우리 자연의 사실성과 조형미를 기초한 것에서 완숙한 독창적 회화세계를 추구하는 김천일 작가의 작품세계를 소띠 새해에 만나보자.
작가는 동양 그림 정신의 핵심이 산수화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는 그는 심산 노수현(서울대 동양화과 설립자), 황공망(중국 원대 문인화가), 동기창(중국 명대 문인화가) 그리고 겸재 정선 등 고전산수화를 임모(臨摸)하는 것으로부터 기초 연마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연구만으로는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것. 작가는 이것의 극복으로 현장에서의 사생에 몰두하였다. 전통화의 임모에서 오는 리얼리티와 사실화의 체험적 묘사. 마침내 자기만의 그림을 그려냈다.
조형언어의 보편성
작가는 돌 하나에서 그 다음 바위로, 산으로 그 자신의 준법들을 발견해 나갔다. 그는 작은 고법(古法)을 배우되 항상 현실을 바탕으로 출발하며, 현실에 근거하되 단지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법을 창안하려 했다.(이영철 평론가)
특히 자신의 삶 터 주위의 풍광을 끊임없이 그려 나갔다. 이 혹독하면서도 엄격한 과정을 통하여 작가는 자신감과 중심(中心)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그의 작품이 편협한 지역성에 그치지 않고, 보다 넓은 세계로 열리는 것은 “바로 그가 창안해낸 조형언어의 보편성 덕분이다.”라고 오병욱 동국대 교수는 평했다.
자연의 내재율
단지 외관이 아닌 그 ‘구조’까지의 포착. 이는 작가의 시선이 산의 표피를 뚫고 그 너머에 흐르는 대자연의 원리에까지 닿아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고전산수가 지닌 시각적 역동성을 용해하여 적용시킴으로써 그의 그림 속에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원동석 미술평론가는 “그의 풍경은 밖이 아니라 그 안으로 들어가서 보도록 구성되어 있다.”라고 평했다. 이는 작가의 자연을 해석하는 방법일 것으로 곧 자연의 내재율을 표현해내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로써 “어떠한 대상에서라도 그것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웅대한 스케일, 아기자기한 재미
2차원의 평면 위. 화면을 장악하는 대범한 구도, 치밀하면서도 묵중해 보이는 스케일 묘사. 그의 작품들은 펼쳐 놓은 화폭 속에서 산의 바위며 나무, 풀 더미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욱 정세하게 파악하는 점에서 웅대한 스케일과 더불어 아기자기한 재미의 맛을 보여준다. 그것은 사진보다 정교하고 기운이 숨 쉬는 자연의 객관적 세계에 대한 작가적 열정의 투영이기도 하다.
김천일 작가는 “나는 대학시절을 주로 인물화 연구를 했었다. 이후 뒤늦게 한국화에 눈을 떴다. 그러나 어디 ‘우리의 생각’, ‘우리의 것’을 그려보겠다는 조형언어가 생각만으로 되던 것인가. 그래서 현장을 가는 것이다. 산을 늘 거기 있고 작가로써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천일은 누구…
서울대 미술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개인전 6회=山(백악미술관, 서울), 숲(신세계 갤러리, 서울), 四季(금호미술관, 서울/광주 신세계 갤러리) 등. △단체전=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전(예술의 전당),한국 전통산수화전(국립 현대미술관),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청년정신전(광주시립미술관),山-水-風-景(선재미술관/선재아트센타),제1회 베이징 국제비엔날레(중구미술관, 북경, 중국), The Sansoo from Korea(The winchester Gallery, 영국), 2007 광주비엔날레 미술오케스트라(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등 다수. 현재 간송미술관 연구위원, 목포대 교수.
△2009년 1월16일 스포츠월드 김태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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