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畵家, 呂運] 화가 여운|자유로운 발상 흑백소묘(서양화가 여운,여운 작가,여운,여운 화백,여운 교수)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6. 1. 14. 18:01

 

철원가는길

 

 

 

그림에서 활기나 생명력은 어떠한 것일까. 지나치게 엄숙주의에 빠지지 않는 것.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관람자를 편하게 해 주고 강요하거나 기대하지 않는 그림. 신경림 시인은 여운 화백의 그림은 보는 사람을 편하게 만든다. 발상이 자유로운데 연유하는 것일 터다.”라고 말했다. 산이나 들이라는 정경. 흑백소묘라는 소박한 형식. 무엇을 본다는 것, 무엇을 그린다는 것의 본질적인 질문. 2009년 새해, 색채를 다양하게 구사하는 회화가 아닌 흑백소묘라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를 제시하는 여운 작가의 작품세계를 성찰적으로 음미해 보자.<편집자 주>

 

 

 

서울 인사동. 인자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의 여운 작가는 정확하게 약속시간에 도착한 기자보다 미리 와 있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있었지만 곧 서둘러 맥주 한잔을 권할 만큼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성품을 보여주었다.

 

검정색

어둠속에서는 아무 채색도 보이지 않는다. 검정색. 보이지 않는 것, 가리어져 감추어진 것은 신비스런 것으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즈음에서 검정색은 심리적 영역으로까지 확장된다. 원칙적으로 색채의 가능성이 봉쇄된 흑백의 목탄소묘는 모든 것을 흑과 백 사이 농담의 변화와 계조(階調)로 표현해야 한다는 한계를 갖고 출발한다. 최민 미술평론가는 여운 작가는 바로 이러한 한계를, 일종의 조형적 탐구를 보다 일관성 있게 할 수 있는 기회로 바꾸고 있다.”고 평했다    

 

 

어두운 풍경의 반복과 의미

그렇다면 작가는 왜 검은색의 어두운 풍경을 반복적으로 그린 것일까. 그의 검은색은 어떤 함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특정한 풍경은 시각적 장면이기 이전에 지정학적 맥락에서 특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 장소다. 그렇기 때문에 한 장소를 그림의 소재로 선택했다는 것은 동시에 그 장소가 지닌 정치사회적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은 여운 작가의 그림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관건이다.

 

최민 미술평론가는 지리산이나 북한산은 유서 깊은 명산으로서 수많은 역사적 의미들로 에워 쌓여져 있다. 이러한 역사적 의의 때문에 그가 그곳을 그림의 소재로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산이 단지 널리 알려진 유명한 산이기 때문에 그렸을 수도 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예부터 많은 화가들이 그렸던 친숙한 소재라는 측면은 역설적으로 작가의 개성적 시각이나 기법 또는 기질을 보여주기에 오히려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평했다.

 

 

 

 

 

먼 산 빈산

 

 

 

 

목탄소묘

그의 소묘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농담의 섬세한 변화에 의해 암시되는 움푹 패어서 비어있는 네거티브 공감의 결이나 분위기이다. 주로 헤아리기 힘든 공간적 깊이 또는 심리적 거리를 암시하기 위한 것이다. 작가가 목탄소묘를 하는 바탕은 서양의 종이가 아니라 한지(韓紙)이다. 바로 흑백소묘의 매체적 한계를 예술적 장점으로 바꾸는 사실에서 한지 선택은 우연한 일이 아님을 말해준다. 곧 작가의 역량과 다름 아니다. 그래서 여운의 목탄 풍경소묘는 목탄으로 그린 수묵산수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수묵의 선염이나 붓질에 의한 농담법과 흡사하다.

 

 

마음의 경치

여운 작가는 나는 관념적 이상보다는 현재의 삶의 경험을 중요시한다. 현재 내가 살아가며 보고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해 특정한 장소를 흑백소묘로 그린다.”고 말했다. 그는 풍경을 통해 자신의 마음 상태나 정서를 남에게 전달하여 같이 느끼고자 그려 온, 가히 마음의 경치라 할만하다.

 

작가의 전시 축시에 김정환 시인은 목판화는 무엇을 그려도 /사라진 옛날 동네의 여운 같다.”고 썼고, 정희성 시인은 술 때문에 /손이 떨린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얼마나 울었던가 /그 손 떨림이 마침내 /그림이 되었구나 /대명천지 허허백지 앞에 맨 정신으로 떨리지 않고 어찌 사람이겠느냐라고 했다.

 

 

 

 

스포츠월드 2009116일 김태수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