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오방색에 피어나는 여인의 이상향-from 화가 임종두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5. 12. 22:01

 

 

 동행 96.5×162cm 장지에 분채, 석채 2010.

 

 

 

인간의 가치 모색하는 마음의 창 표출

 

한 마리 새가 여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온화하게 흔든다. 그 날갯짓 하나가 여인의 마음을 어떻게 젖게 하는지도 모르면서.

 

여인과 꽃이 새와 물고기가 노니는 이곳의 색채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다. 이 꽃 무더기 속에서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고 있는 이 여인은 누구인가. 구름 속에서 신비로운 은빛 선율에 몰입한 채 우아하게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천녀, 비천상(飛天像)을 닮았다. 바로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의 모티브이다.

 

하늘을 날고 있는 인간의 이미지. 기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사실 날고 있지 않는가. 숭고한 어머니의 마음처럼 돌보게 하는 이 하늘의 신성한 기운은 마음의 지평을 넓게 한다.

 

사람이 사람을 그린다는 것은 지극히 친밀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가 말했듯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쉽고도 어려운 이치를 우직하게 화폭에 담아낸 작가의 마음결이 뜻깊다.

 

당장의 화사함과 아름다움에 빼앗긴 시선. 다시금 보면 인간과 우주만물에 대한 깊은 고찰의 흔적에 두고두고 남는 긴 여운. 시간의 깊이와 무게가 더해져 화폭 안의 넓은 세계에는 칠하고 말리기를 수없이 거듭한 고집스러운 작가정신이 녹아 있다.

 

 

 

162×130cm 장지에 분채, 석채 2010.

 

 

아울러 눈에 들어오는 여인의 머리 모양. 소설금시조(金翅鳥)’에서 스승인 서예가 석담이 제자 고준에게 말하는 대목도 의미 있을 듯하다. “서화는 심화(心畵)니라. ()을 빌어 내 마음을 그리는 것인 즉 반드시 물의 실상(實相)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정영숙 미술평론가도 그의 머리 형상은 형태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내적에너지가 발현된 정신적 형상이다라고 풀이했다.

 

그의 작품세계에 펼쳐지는 중심색은 우리의 전통색상인 오방색이다. 배경은 물론 여인의 몸과 얼굴의 색은 붉은색으로 은근하면서도 강렬하다.

이를 두고 장준석 미술평론가는 마치 숨을 쉬는 듯한 일군(一群)의 색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는데 단색으로 이루어진 것 같지만 다양한 비슷한 색들의 집합체를 의미하고 있다.

 

작가 역시 나만의 붉은색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관음의 바이올린 켜는 여인에도 주조색은 붉은색이며 은 평면성이 극대화된 작품으로 마치 대화하듯 곧 일어설 듯 운동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는 강한 색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순수한 우리 정서와 맞는 느낌의 색감을 추구하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러한 작가의 견고한 조형세계는 민화적인 형태의 해석과 단색의 색조, 평면적 구성 등의 전통적인 조형 방식에 기초하여 모든 생명체가 하나의 질서 속에 놓이는 이상향을 지향하고 있다.

 

 

 

관음 130.3×80.3cm 장지에 분채, 석채 2010.

 

 

존재에 대한 비애는 사라짐에 대한 통찰로부터 온다. 고독과 외로움이 극대화되는 바로 그 지점은 역설적이게도 삶의 즐거움과 환희가 절정에 달한 곳이다.

생의 절정을 노래하는 화사한 연인의 모습. 김백균 중앙대 교수는 한편의 좋은 희곡처럼 그의 작업에는 즐거움과 환상을 통해 슬픔과 현실을 바로 보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고 썼다.

 

작가의 화면 공간은 우리가 살고 있는 구체적인 세상과 소통하며 새삼 인간의 가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를 모색하는 마음의 창()으로 읽힌다. 인간 본성의 원형을 찾고 초목처럼 자라 숨쉬면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사랑을 키우는 이것이 곧 우리들 삶의 이상이 아니던가.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