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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이미지 신미의 ‘번짐’기법-from 화가 이영박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5. 11. 23:26

 

생명의 빛 장미 이야기 162.2×97.0oil on canvas 2010.

 

 

생명의 빛연작·지각 너머 존재하는 세계 눈뜨게

 

 

마침내 작은 새 한 마리가 후두둑 깃을 폈다. 첫 비상(飛上)의 화려한 날갯짓이다. 그 처음의 느낌, 떨림을 지켜 본 꽃잎은 이슬에 젖어 있다서로의 후원자였던 새, 꽃과 버들의 화류(花柳). 이들이 빚은 참다움의 시간 위에 장미는 이 지상 더없는 귀한 매혹의 시선으로 그대를 응시한다. 바로 당신의 모두를 들어 올리고야마는 절정의 몸짓을 생생히 느끼게 하면서.

 

그렇게 묘사된 화면. 맛이 짙은 색채는 차라리 진하다 못해 검은 피존 블러드(pigeonblood) 루비를 닮아 속살은 투명한 채 붉다. 이 치명적인 유혹, 순결한 희생의 빛깔이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대지에 탄생시킨 바로 그 꽃, 장미다.

 

 

생명의 빛 장미 이야기53.0×33.4oil on canvas 2010.

 

 

강렬한 색감의 꽃들이 은은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사실과 추상을 넘나들며 약동하는 생명력으로 거듭난 농축된 장미 꽃무리. 나의 꽃들이 누구에게라도 향기로운 시가 되기를, 그리고 무지개가 지나간 에메랄드빛 깊은 호수처럼 스스로 존재성을 껴안을 수 있기를이라고 작가는 노트에 적고 있다   

 

바람에 떠다니는 풍선처럼 비현실적인 공간을 부유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환상의 즐거움을 맛보게 하는 이영박 작가의 장미. 막 비 그쳐 촉촉이 젖은 듯, 여인의 고혹적인 뒤태 살결같이 하얀 달빛이 핑크색 장미에 범람토록 강렬히 쏟아지고 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그리워하며 부르던 노래인가. 그 가엾은 첫사랑의 비애를 다스리려 아이리스와 수선화에겐 없는 가시가 돋았다.

 

그의 캔버스에는 달콤한 꿈과 낭만이 있고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증폭시키는 환상적 심리를 자극하는 환영이 자리한다. 유성물감의 특성을 응용하는 독특한 번짐 기법. 기존의 묘사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미묘한 이미지를 창조하는 그의 작업은 세부적인 표현에서는 장미의 사실적 형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형태 묘사 중심의 작업이다. 그러함으로써 환상적이고 신비적인 요소를 가진 번짐 기법은 장미꽃을 사실적인 공간으로부터 격리시킨다. 현실공간으로부터 유리된 그의 조형공간에서 장미는 거대하게 확대되는가 하면 몽환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한다.”(신항섭 미술평론가)

 

 

장미 가시의 몽환은 한 시인의 울림통

 

찬찬히 뜯어보면 점이나 선, 색채, 어느 것 하나 오직 아름다움으로 귀결한다. 그림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조형세계 그 본질의 추구와 한 치도 소홀하지 않음이 갖는 흡인력. 시선을 뗄 수 없고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마법의 꽃잎처럼.

 

 

생명의 빛 아이리스의 꿈 130.3×130.3oil on canvas 2010.

 

 

누구나의 마음에 싹 틔우고 잎이 돋고 꽃으로 만개해 마음 세세한 표정 보듬어 주는 힘이 되고프다고 쓴 그의 바람은 어쩌면 누구나가 소망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니던가. “마음으로부터의 울림이자 감동이 이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그가 말한 것도 바로 이러한 생각이 아니었을까.

 

그것은 진실만이 그런 표현을 가능케 한다. 무언가 형언키 어려운 무거운 덩어리가 가슴에 들어와 앉는 듯한 뭉클함.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무언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그러하기에 문득문득 삶에 대한 성찰을 가져다준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이성의 빛이 강렬하게 빛나고 있는 이상세계로 풀이된다.

 

그가 창조해 낸 새로운 형태의 장미는 우리의 꿈과 희망 그리고 욕망에 자유의 날개를 달아 줌으로써 시·지각 너머에 존재하는 심미적인 세계에 대한 개안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신항섭 미술평론가)

 

그리하여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을 말끔하게 닦아내 진정하게 아름다운 삶의 빛을 권유하고 있다. 하여 장미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언제 내가 사랑을 말한 적이 있었나, 사랑만이 남았을 뿐이더라! 그대 마음결 불꽃처럼 일어 하루하루 뜨겁게 삶이 확장되시라.’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