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한반도 곳곳 한민족 영혼을 품다-from 화가 이한우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5. 11. 15:24

 

 

아름다운 우리강산 259.1×193.9oil on canvas.

 

 

 

 

아름다운 우리강산연작토속 정취와 향토미 담아

 

 

 

 

건너 마을에서는 벌써 추수가 곧 시작된 모양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다지만 농사일이란 늘 마무리가 중요한 것. 결실이 넉넉해야 겨울이 푸근한 법이다. 이웃 김진사 댁은 새참을 내가느라 분주하고 다섯 살배기 꽃순이는 국수 고명을 탐내다 엄니한테 혼쭐나 칭얼거리며 따라나서는 신시(申時).

 

호수처럼 고요한 바다. 정박한 배, 항해를 이끄는 곶(). 잔잔한 물결 위로 떠 있는 통영의 다도해. 그 아름다운 한려수도,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유치환 행복) 미륵산(彌勒山)에서 마을을 내려다본다.

 

산과 바다와 섬들과 그리고 이웃들이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 오오, 편력의 세월을 보낸 후에야 산언덕에 앉은 귀환자에 밀려오는 저 보편의, 가을날 오후 한나절. 나지막한 동네 뒷동산. 다정하게 삼삼오오 모여 있는 키 작은 소나무들. 초가집이며 과수 밭 아래 앞들로 이어지는 도랑의 물결이 투명하게 잔잔히 하늘거린다.

 

그 물에 발 담그다, 공연히 피라미 잡으러 허우적거린 해 저문 귀가의 허탈한 빈손. 그 씁쓸하고도 막막했던, 지금은 간절함이여!

 

토속적이며 소박한 향토애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화면. 온화하고 정 넘치는 원초적인 색깔, 황토색. 혈맥이나 주름살 같이 뚜렷하고 힘찬 모습의 선과 획. 그리하여 혈맥과 같이 박동치는 듯 촘촘하게 엮어져 수평 시로 바라보는 자연의 풍경은 보는 이에게 그지없이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다.”(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프랑스의 저명한 미술평론가, 파트리스 들라 페리에르(Patrice de la Perriere)도 화백의 작품 완성도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수정 같이 맑은 눈과 생명의 공간을 지휘하는 손을 통하여 생명력 넘치고 장중한 색채를 가진 사계절을 발견하게 해준다. 그는 정신세계를 그리는 위대한 화가다라고 극찬했다.

 

황금색으로 펼쳐질 들녘이 바라보이는 언덕. 어릴 적, 누이와 저녁밥 짓던 초가집 앞마당 솥 얹어 놓던 화덕자리. 그 시절로 한번 만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바로 이 순수한 시절의 일깨움과 가슴을 파고드는 오랜 여운을 통한 의 존재 확인. 21세기 오늘, 한국인의 영혼성((靈魂性)이 깃든 아름다운 우리강산이 주는 따스한 체온이다.

 

 

 

이한우 작가와의 대화

 

 

화가는 그림으로 역사 기록

 

 

 

이한우 화백을 만나러가던 날은 여름의 절정 같은, 그야말로 따가운 햇살로 동네가 한산할 정도였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중학교 인근 화백의 자택 마당에는 토마토가 탐스럽게 열려 있었고 조그마한 온실이 있어 각종 야채를 직접 기르고 있었다.

 

2층 작업실 햇살 잘 드는 창가 가까운 곳에 작업대가 있었다. 화백은 부드럽고 친절했다. 그러나 붓을 든 모습에는 오랜 세월 작업해온 부드럽고도 강인함이 풍기는 팔뚝의 굵은 혈맥이 뚜렷했고 화면을 응시하는 강렬하고도 집중력 강한 눈매와 어우러져 거장의 면모가 강하게 풍겼다.

 

화백은 작가의 철학에 대해 첫 운을 뗐다. “결국 그림이란 자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는 누구인가라는 것이 요지였다.

 

화가는 그림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다. 우리의 그림이 세계화 돼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세계적으로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려면 작가들의 철학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작품은 작가 나아가 한국인의 혈맥 흐름으로 구성돼 있다. 고향집이며 바다며 이웃의 아이들이며 들녘이 (우리)’의 본질적인 혈맥을 통해 이뤄져 있는 것이다. “이 맥은 인체 내의 위장이나 내장이나 심장 등으로 연결되어 순환하면서 한국인의 생명력을 발휘하는데 그러한 것의 표현이 곧 나이며 우리라고 그는 설명했다.

 

혈맥은 곧 자아이다. 이 혈맥의 흐름으로 자연을 구성하는 이 화백은 “100, 200년 후에 우리 것을 어디에서 찾아낼 것인가. 시대는 흘러가기 마련이지만 자기가 보고 자기가 느낀 것이야말로 우리의 역사가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고향은 곧 우리 민족에 대한 씨앗 같은 생명력의 근원이다. 다도해가 내다보이는 통영이 고향인 이한우 화백은 산과 바다와 섬들이 그의 화면에서 다시 살아나 작품세계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

 

인체를 비유한 작품이 자화상이자 바로 한국의 그림이며 한국적 사상을 담은 작품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화백은 나는 유화로 우리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고 말했다.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도 그의 작품은 분류상 서양화라고 하지만 단지 매재만 서양의 것이지 그 속에 담긴 정서나 방식은 그야말로 토착적인 한국의 정서요 방법이라고 했다.

 

또 지난 20057월 프랑스 파리 룩상부르그 공원 오랑주리 전시관에서 초청전을 가졌을 때 상원의장 크리스티앙 뽕스레(Christian PONCELET)씨도 서양과 한국의 회화전통을 힘입게 동시에 조화롭게 결합시키는데 완벽하게 성공한 작가라며 칭송했다.

 

한편 이한우 화백은 1976년 국전 제27회 문화공보부장관상 수상과 1978년 국전 추천 및 초대작가, 2000년 보관문화훈장과 지난해 문화은관훈장을 수상했다. 2006년 프랑스 문예기사훈장과 2007년 프랑스 앙드레 말로공로상을 받은 국내 대표적인 세계적 작가이다. 작품 주요 소장처는 국립현대미술관, 세종문화회관, 기업은행 본점, 경남도립미술관 등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