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하면서도 한복 멋이 묻어나는 조끼 옷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배영진 대표.
신사옥 이전기념 ‘조끼’전(展)을 위해 준비했다.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모두가 표정이 다르듯 옷의 맵시도 그러합니다. 누구에게나 ‘그 사람만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확장성(expandability)은 디자이너에겐 대단히 매력적인 창조적 영감(靈感)의 바탕 이예요. 우리 한복에 그것이 있어요.
고전과 현대가 한데 어울려 멋스러움과 귀품 그리고 자유로움이 스며있거든요. 목련 차(茶) 한잔에 비치는 한 줄기 햇살에 아른거리는 열린 마음, 코코아 한잔에 녹아드는 재즈선율에도 한복의 선(線)과 깊이감은 자연스럽지요.”
경복궁 옆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현대화랑 옆에서 최근 배화여고 인근 필운동 신사옥으로 이전한 ‘COSER(꼬세르)’ 배영진 대표.
‘COSER’는 스페인어 ‘바느질하다’라는 뜻이다. “명주, 모시 등 천연소재가 우리 어머니 손끝에서 우아하고 실용적으로 재탄생되는 것을 보아왔지요. 제가 디자이너로서 출발한 것도 그 정성과 미적 감각이 단지 전통에서 내려 온 하나의 흐름 이상의 정신사라는데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한 벌의 옷이 탄생되는 소중한 흔적들은 고스란히 입는 사람의 살결과 맞닿아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 촉각의 충족은 디자이너의 몫 이예요. 저는 그 혼(魂)을 글로벌하게 세계인들이 즐겨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는 다짐으로 이름을 지었다”라고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편안히 즐길 수 있는 한복의 대중화를 줄곧 지향해 온 배 대표는 MBC에서 방영되었던 인기 드라마 ‘궁’ 의상제작을 총괄하면서 올곧이 녹여낸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배 대표는 “한복이 ‘아름답다’라는 말은 한국여인들은 모두 할 줄 압니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그 위에 가치를 얹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처음 가슴으로 밀려오는 화두가 바로 이것 이예요. 저는 섬세하게 짜인 천 한 폭, 그 촘촘하게 펼쳐진 결 위를 뒹구는 자유영혼의 보헤미안(Bohemian)이 됩니다.”
신사옥을 오픈하면서 어떻게 새 작품으로 대중에게 다가갈까 고민했다는 배 대표. “남녀노소 즐겨 입을 수 있는 ‘조끼’를 선택했어요. 조끼의 어깨 곡선은 열린 소통(communication)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어요. 인체에서 어깨라는 부분의 작은 공간에 그렇게 활짝 펼쳐진 교류의 창(窓)이 있다는 건 참으로 경이롭지요. 우리 선조들은 조끼에서 부드러움과 수용의 세계를 심었어요. 그러한 조끼에 현대성의 패션언어를 풀어놓겠습니다.”
▲조끼뿐만 아니라 거울, 옷걸이,
조명 하나까지 꼬세르의 멋스러움이 묻어난다.
◇배영진(Young Jin BAE)
동국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 및 동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이후 1989~1992년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머물며 의상 그리고 예술에 대한 본격 연구를 시작했다. 1993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꼬세르’를 창업했으며 1998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방문 때 꼬세르에 들러 배 대표의 의상을 구경했다.
주요 패션쇼 참가활동은 다음과 같다. △2000년 FGI(Fashion Group International) 패션쇼(HYATT 호텔)와 프랑스 파리 셀렉션 데코 △2002년 노르웨이 영부인 꼬세르 샵 방문 △홍콩 패션위크(Hongkong Fashion Week)와 중국 대련국제의상박람회 DIGF(Dalian International Garment Fair) △2004년 ‘대륙에서 불어오는 실크의 속삭임’, ‘ASEM5 정상회의 아시아 유럽디자이너 초청 패션쇼’ △2006년 MBC 인기드라마 ‘궁’ 의상 및 소품협찬 △2009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衣’ 담당 큐레이터 △2013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5인5색’등에 참가했다.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4년 5월28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