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 산책 류제비가 보여주는 정물은 사실적이면서도 평면적이다. 모든 것은 평면적인 색채로 구획된다. 차갑고 기계적인 감성으로 해체된 정물은 철저하게 눈으로 분석된 대상이다. 과일과 꽃, 투명용기는 보이는 대로 색, 색 면으로 분류되었다. 류제비 작가는 그것을 객관적으로 기록, 기술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붓놀림과 제스처가 슬쩍 개입되어 있다. 카라꽃과 백합꽃 줄기가 자유로운 선의 궤적을 연출하고 물이 담긴 용기에 비친 잔영과 그림자가 흥미로운 색채를 연출하는 한편 깔끔하고 균질하게 칠해나간 붓질과 격렬하고 분방하게 밀고 나간 붓놀림 등이 대비적 효과를 자아낸다. 특히 투명한 용기에 번지는 색채와 그림자, 그리고 배경에 갑자기 등장하는 붓놀림 등은 다분히 추상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