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발자취(年代記)

[1974~2022년, 전시로 본 통인화랑 역사-(43)]서양화가 류제비,류제비 작가,Artist Jae Bee Ryoo[TONG-IN Gallery Seoul]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2. 8. 19. 17:59

명상, 72.7×60.5㎝ Acrylic, sand on canvas. 2015

 

정물 산책

 

류제비가 보여주는 정물은 사실적이면서도 평면적이다. 모든 것은 평면적인 색채로 구획된다. 차갑고 기계적인 감성으로 해체된 정물은 철저하게 눈으로 분석된 대상이다. 과일과 꽃, 투명용기는 보이는 대로 색, 색 면으로 분류되었다. 류제비 작가는 그것을 객관적으로 기록, 기술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붓놀림과 제스처가 슬쩍 개입되어 있다.

 

 

열정, 91×91㎝ Acrylic Oil on canvas, 2009

 

카라꽃과 백합꽃 줄기가 자유로운 선의 궤적을 연출하고 물이 담긴 용기에 비친 잔영과 그림자가 흥미로운 색채를 연출하는 한편 깔끔하고 균질하게 칠해나간 붓질과 격렬하고 분방하게 밀고 나간 붓놀림 등이 대비적 효과를 자아낸다.

 

특히 투명한 용기에 번지는 색채와 그림자, 그리고 배경에 갑자기 등장하는 붓놀림 등은 다분히 추상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그래서 사실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환각적이다. 그러나 비현실감이 난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구체적인 대상의 모방이다. 구상과 추상이 공존하거나 그 두 개의 틈에서 모종의 균형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다.

 

 

명상, 55×46㎝ Acrylic, sand on canvas, 2015

 

그 감성은 다분히 인공적인 색감과 질감이 충돌하고 회화적이면서도 그래픽적이며 디자인적인 느낌이 자리하는 데서 더욱 증폭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은 일반적인 정물화라기보다는 정물을 빌어 그것을 색채로 환원하고 색 면으로 구획하면서 이를 재구성하고 조형적인 질서 속에서 점검해보려는 의도를 노출한다.

 

 

명상, 72.7×60.5㎝ Acrylic, sand on canvas, 2015

 

다시보기, 정물과 함께 산책하고 명상하기에서 나온 그런 그림이다. 그림을 이루는 순수한 조형적 질서의 체계로 환원되고 그러면서도 다시 사실적인 재현으로 연결되어 나가는 그 두 측면을 공유하고 있는 그림이라는 얘기다.<박영택 경기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전시=류제비, 85~302015, 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류제비 작가(Artist Jae Bee Ryoo)

1971년 대구 출생.

1994년 영남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5년 동원화랑(대구)

2010HUB Gallery(팬실베니아)

2010Misciagna Gallery(팬실베니아)

2009년 통인옥션갤러리(서울)

2008년 동원화랑(대구)

2001년 삼성금융플라자(대구) 등 다수.

 

812일 이코노믹리뷰,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