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건 시골에서건 내겐 나만의 황량함이 존재한다. 길을 잃고 엉클어진 마음으로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무엇이 옳은 건지도 모를 만큼의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내 마음속에 차오를 때, 마치 캄캄한 동굴 속에서 희미한 불빛을 잃지 않으려는 것처럼 안간힘을 쓴다. 지금이 어떤 의미인지 굳이 알고 싶지는 않다. 그냥 어둠속 희미한 그 빛만을 따라 걸을 뿐.
내가 하는 것,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끊임없이 갈구하지만 그 어떤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규정지을 수 없는 감정의 형태로 인하여 흔들리고 고독하다. 확신할 수 없는 내 안의 감정들이 지금의 그림일 것이다. 의미를 찾기엔 인생이 어렵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 불투명한 순간을 옮기는 일일뿐, 지금은.
내 안에 던져진 감정을 옮겨 놓는 일, 그림 속에서 헤매는 일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사소하고 의미 없을, 그러나 분명 존재하는 감정의 고백.<임춘희 작가노트>
◇마음을 다했던 붓질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숲으로 갔다. 짙푸른 나뭇가지에 도톰하게 쌓인 눈과 온통 하해서 뿌옇게 보이던 숲의 풍경은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세상을 지워버리는 듯. 상심의 순간들은 희망위에 얹히고 그 위에 아직 못 다한 감정이 그림 속을 서성인다.
그려지는 것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그림일 뿐. 수많은 기억들은 그저 단상으로 자리하고 마음을 다했던 붓질이 그 안에 있다.<서양화가 임춘희 작가노트>
◇임춘희(林春熙,Im Chun Hee)
임춘희 작가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명은 ‘나무그림자’로, 주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 작품들과 제주도에서 영감을 얻은 작업들을 보여준다.
△전시=‘임춘희’展, 11월7~12월2일 2018년, 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8월1일 2022년,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