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조향숙
일본판화의 거장 무나카타 시코(棟方志功)는 판화를 ‘版畵’라 하지 않고 나무판의 의미를 지닌 ‘板畵’라 했다. 이것은 새기는 행위가 아니라 파는 작업으로 판에다 그림을 그리는 의미를 갖는다.
때문에 그의 행위는 저항이 큰 나무에 강렬하게 부딪쳐 가는 신체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표출은 판화에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력을 지닌 판화로 탄생하게 된다.
무나카타 시코는 1944년에서 1969년 사이에 제작된 ‘쇼케이송(鐘溪頌’ 작품에서 ‘이면 채색법’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이 이채(裏彩)기법은 종이의 뒷면에 채색을 하여 다양한 색의 표현력과 주판의 검은색을 동시에 살릴 뿐만 아니라 동일한 판으로 각기 다른 작품으로 나타 낼 수 있다. 이 작품은 총 24점으로 제작되었다.
나한(羅漢)과 여체를 흰 몸과 검은 몸으로 번갈아 제작되었고 흰 몸과 배경에 여러 가지 문양을 새겨져 표현되어 있다.
무나카타 시코 作, 鐘溪頌, 1945, 목판화와 이면 채색법,
45.5×32.7㎝, 무나카타판화미술관, 아오모리
무나카타 시코 作, 鐘溪頌, 1945, 목판화와 이면 채색법,
45.5×32.7㎝, 무나카타판화미술관, 아오모리
이 작품은 그가 제2차 대전 후 처음 제작한 것으로,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준 도예가 가와이 칸지로(河井寬次郞, 1890~1966)의 별칭(鐘溪)을 제목으로 붙였다. 그 후 이 판화를 1945년에서 1960년까지 여러 번 다시 찍어냈으며 새로 찍을 때마다 이면 채색법을 사용하여 다르게 채색하였다.
조향숙 作, TO FIND LOST TIME, 60x85cm Woodcut and Serigraphy on Chine Collé,2011
필자의 여체는 인도여행에서 만난 여인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기억 속의 여인을 거듭 재현한다는 점에서 시간의 지속을 담고 있는 작품이며 더불어 불교적 세계관이 담겨있다.
필자는 작품 표현에 있어서 ‘이면 채색법’을 주요 기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또 판에 새기는 행위를 통한 기억의 이미지화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는 무나카타 시코의 제작과정과 그 결과물로서의 작품은 필자의 작품세계에 흐르는 ‘비의도적 기억’과도 깊은 관련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정신적 측면과 양식적 측면이 필자의 작품과 밀접한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글=조향숙(趙香淑, Artist Jo Hyang-Sook)
/미술학 박사(홍익대학교 대학원/from Hongik university, Ph.D)
△출처=이코노믹리뷰 2013년 5월15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