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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류영신|울창한 군상의 눈부신 춤사위(류영신, Cluster, RYU YOUNG SHIN, 자작나무, 미루나무,화가 류영신, 류영신 작가,여류화가 류영신)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6. 10. 01:19

 

91×91cm

 

   

 

 

봄에 새싹 돋듯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씨앗은 수없이 많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극복한 뒤에야 겨우 땅위로 솟습니다. 어린나무도 천년고목도 이렇게 가혹한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대지에 뿌리를 내렸지요. 언제나 탄생은 경이롭고 그곳엔 샛길이 없습니다.

 

   

은색, 검은빛 갈색, 다색(茶色), 회록색. 저마다 개성 있는 색채로 단장을 하고 향기를 뽐낸다. 놀랍게도 청춘은 한 해가 다르게 높이 솟고 노수(老樹)는 두꺼운 외피 한자리를 이끼에 내줘 따뜻한 체온을 나눈다. ‘는 나무().

 

사람들은 나에게 무엇이든 묵묵히 지켜만 볼뿐이라며 쓰다듬고 혹자는 정직한 존재라는 말까지 덧붙여 옆 사람에게 덕담을 건넨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 나의 기억을 바르게 해독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는 삶의 시작으로부터 지금껏 내 생애만큼 보고 듣고 겪은 흔적들을 기록해 왔다. 어떤 것은 훌륭한 가치로서 후손에게 자긍을 심어줄만한 매우 의미 있는 유산도 적지 않은데 그 중에는 민족 혼()을 일깨우는 천년수령의 기록물들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바이다.

 

 

 

 

 

Cluster, 65×200cm oil on canvas, 2013

 

      

 

오늘날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나날이 팽만해지는 이기심이다. 이것의 결과는 서로의 상처로 스러지는 마음뿐이다. 쇠약한 정신위에 감사와 인내의 싹이 어떻게 자라날 것인가. 대목(大木)은 굽은 나무를 버리지 않는다. 재목을 다듬고 결을 살리는 능숙함이 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의 풍파와 영욕을 던져버린 강물이 유유히 흐른다. 비바람과 눈보라를 견뎌 온 긴 세월, 두꺼운 목피(木皮)를 벗겨낸 자리에 아로새긴 참회의 순례여! 나는 절벽에 홀로 서있는 존재. 바람과 안개와 구름이 말벗이나 오가는 믿음일 뿐 어느 순간 나 역시 울울한 때가 없지 않다.

 

그러나 강렬하게 떠오르는 저 여명의 순간, 시공을 초월한 열반(涅槃)의 신화가 힘찬 군무(群舞)로 흩어졌다 모일 때 아슬아슬 험준한 바위에 뻗은 잔뿌리에 힘을 싣고 나는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웅혼한 행진에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91×91cm

 

 

 

자연계라는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사람살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리고 미흡하지만 칭찬으로 북돋우고 특별히 잘하는 재능을 계발하여 큰 재목으로 성장시키듯 나 역시 고결한 자람의 귀감이 되고 싶다.

 

, 그대는 원대한 뜻을 뜨거운 심장에 품으리. 나는 강나루 물결에 반짝반짝 팔락이며 발돋움하는 연둣빛 새싹처럼 무욕(無慾)의 깨끗한 흔들림으로 아른거리니.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416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