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und, 116.8×91cm oil on canvas, 2012
피어나는 꽃, 참 곱습니다. 무릇 삶의 생각들도 저들처럼 여러 가지겠지요? 화면엔 동글동글 생명이 움트는 선율과 메아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강인주 화백은 “이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를 인간이 듣지를 못해 안타깝다”고 합니다. 올봄엔 정말 마음한번 열어놓아야겠습니다.
어디로 갔을까. 듬성듬성 마른풀들 사이 푸석하게 날리던 황토먼지를 일으키며 귀퉁이가 찢어진 김빠진 공으로 뒷동산에서 공을 차던 아이들은. 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 짓이 평화로운 저녁. 마치 어른처럼 한 어린 것이 내뱉는다. ‘봄이 왔네, 봄이.’
들꽃은 세계를 열어준 위대한 스승. 메마른 땅위에 찬란한 생명의 향기와 색채의 화음에 홀려 하루 종일 들녘에서 보냈었지. 내 영혼이 숨 쉬는 곳이네. 새벽 숲 맑은 냇물을 병에 담아 그 꽃들에 물을 주었지. 어느 날이었어. 꽃들이 함박 웃으며 말을 걸어왔었지. ‘정말, 고마워. 하마터면 갈증이 날 뻔 했었어.’
65.1×50cm
어느 봄날. 농민소식이 빼곡히 적힌 누런 타블로이드 간행물로 정성스럽게 감아 포장한 홍자색 산철쭉다발을 내민 수줍은 얼굴의 소녀는 어디서 들었는지 ‘아픔도 노래가 된다’며 달아나듯 사라졌다. 그 골목길 불어오는 향기 감미롭네. 회상의 조각배에서 손 흔드는 동그란 얼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 만큼이면 되지 않겠나/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이재무 詩, 제부도>
봄비 내린다. 청춘의 시절 가슴 아리게 떠나온 고향의 버스정류장 낡은 지붕에서 떨어지던 빗방울 아른거린다. 도회로 처음 떠나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꼭 성공하리라 입술을 깨물었었지. 한 잔의 커피 풍미 속으로 그 물방울 그리운 파편이 되어 튕겨 오른다.
저 하늘아래 어딘가, 멀기만 한 고향의 교회당. 키 낮은 종탑의 종소리는 왜 그리도 아늑하던지. 기다란 나무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졸졸졸 얼음장사이 냇물이 흘러가네. 어머니를 나지막한 산에 묻고 누이와 쪼그리고 앉아 마지막 유품을 태우던 냇가의 조그맣고 평평한 돌 위에 앉아봅니다. 누나는 시집을 갔고 외톨이의 귓가엔 물소리만 잔잔하여 가슴 사무친 그해 봄날.
90×65.1cm
도시에 봄비내리면 막걸리 한잔에 첫물 부추 전(煎)이 생각나. 가슴에 뚫린 허전함을 탁주로 달래야지 제격이라나. 술잔에 손가락을 넣고 휘익 한번 돌린다. 눈 깜박할 사이 지나간 헉 꿈결 같은 영상(影像이여.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년 3월4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