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사진작가 이현권…화해와 결합의 충만 그 시간의 궤적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6. 5. 09:21

 

 

 

514, 50×75c-print, 2012

  

비탈진 야산을 1년 넘게 동일한 장소를 담았습니다. 한참을 씹어야 단박 한 미감(味感)이 전해오는 날것의 맛처럼 숲과 시간의 의미와 동행하며 묘사해 낸 연작 ‘1one year' 입니다. 사진작가 이현권(李賢權,LEEHYUNKWON)은 처음엔 관심이었는데 웬걸요, 점점 깨우침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숲에서 와 자연의 존재성(存在性)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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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일상너머 푸석한 흙먼지가 덤덤한 이별의 변주곡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오랜 그리움 뒤의 재회에 온 몸이 축축이 젖어들 듯, 봄비가 내렸다. 언제나 분명했다. 기어이 올 것이기에 예감한 새봄은. 대지를 뚫고 마른가지에 새싹이 나오는 그러한 그들은 또한 정당하다.

 

보드랍고 찬 기운 도는 바람결이 오갔다. 세상을 첫 나들이한 두리번거림이었으리. 피아노 선율처럼 운율과 화음과 개성이 존중된 물결은 은빛으로 빛나며 밤하늘을 유영하는 뭇 별들의 파랑(波浪)처럼 공동체임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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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아래 무성한 숲과 나무와 꽃과 새들은 완전히 융화되었다. 잎들은 그늘을 만들고 숲은 장대비를 막았다. 안온한 둥지의 새끼들과 열매는 잘도 자라주었다. 다채롭게 나부끼는 일체의 연원에 흐르는 위선을 내려놓은 화해의 출렁거림. 바로 늠름한 명맥의 결정체였다.

 

숲과 물빛과 하늘빛깔이 어느 순간 조금씩 닮아갔다. 스카이블루로 채색된 맑디맑은 호수위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뭉게구름 넘실대는 절경(絶景)의 고요.

 

청설모가 두 손으로 도토리를 움켜쥔 채 경계의 눈빛을 두리번거린다. 심약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하루는 완성되고 생애는 장려되었다. 익명(匿名)의 낙엽에 자연의 영혼으로 물드는 야생의 진리는 빛나고 숲은 허위의 속내를  침묵으로 허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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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격렬한 존재다. 가망 없어 보이고 더는 기대할 수 없는 나목의 시간을 홀로 견뎌내는 것이다. 허공으로 사라지는 연기처럼 절망마저 껴안을 때 꽃을 피우는 것일까. 그렇다면 초록의 잎들과 열매와 숲은 고통을 환희로 이끌어 낸 아낌없는 선물이 분명하다. 그것이 굳세게 서 있는 나무의 긍지일 것이다.

 

창공을 나르던 새와 청아하게 노래하던 풀벌레와 들꽃들이 한 세상 후회 없이 나래를 펴곤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씨앗 하나 떨어져 어느 한 시절에 나무 한 그루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겠지.

 

아아! 어둠내린 도시 인적 없는 초저녁 목로주점. 가로등 불빛 흩뿌려지는 부슬비에 기척도 없이 고엽이 젖고 있다. 술잔을 들다 말문이 막힌 귀밑 흰머리중년. 젖은 눈동자로 묻는다.

 

어디에서 왔소. 오백년 계절을 기억하는 아지(兒枝)의 자손이오. 이 궂은 날씨에 여기까지. 허허, 부초처럼 떠도는 무상한 명운(命運)이올시다.”

 

[글=권동철 문화전문기자, 이코노믹리뷰,  2013년  2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