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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인 이승오(李承午) | 2013, 햇덩어리여, 찬란히 용솟음쳐라!(독도 해돋이, Dokdo, 獨島, 이승오 작가,화가 이승오, Artist, Lee Seung-oh)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6. 3. 20:51

  

독도 해돋이, 90×180Paper stack, 2012

 

 

 

      

누가 세상에 흩어진 모래알에 눈길을 주기나 한답니까. 구겨지고 찢어져 버려진 갖가지 종이들을 모아 희망을 제작한 종이화가 이승오(Artist, Lee Seung-oh)작품에서 결합과 대치를 통한 색채의 어울림과 꿈이 부풀어 오르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계사년(癸巳年) 새해엔 이런 융화된 노래를 부르는 시인이 되어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버려진 것들에 대한 관심은 사랑입니다.

    

 

손 내밀면 한가득 투명한 웃음의 손길로 답하듯 짙푸른 바다여. 너무나 맑고 깨끗하였으므로 차라리 은빛으로 넘실대며 출렁이는 억겁(億劫) 세월의 물빛 싱그럽구나. 부리부리한 눈매로 한 곳을 주시하는 저 고요의 수평선이 아침 해를 밀어 올리려나보다. 한랭한 바람에도 견고한 세월의 무늬로 가없는 초록생명을 힘차게 껴안은 아름다운 금수강산의 섬, 독도이어라.

      

동해서 서해까지 생명의 토대이자 미래인 신명의 노랫가락으로 철썩이는 희망의 바다여. 자유와 평등의 이름으로, 강인하게 이어온 한민족 정신의 그루터기로 세계화 거센 파고에 도전하고 응전하여 이제 곧 더욱 웅비(雄飛)할 것이니 가슴 벅찬 비전의 나래를 맘껏 활짝 펴라.

      

역동의 블루오션(blue ocean)이 무한한 가능성의 물결로 출렁인다. 오오, 낭랑히 읽어가는 다짐의 언어를 새겨 들어보라. ‘원형 그대로 물려받은 21세기 신성장보고((寶庫)의 원동력인 해양에서 우리들에게 잠재된 능력을 창출해야한다는 확고한 가치를 가슴에 품는 것이 오늘 주어진 임무이니.’

      

바다 새 한 무리들이 하늘높이 치솟다 둥그렇게 큰 원()을 그리며 섬을 한 바퀴 돌다 한바탕 재미난 농지거리를 하는 듯 명랑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그들이 떠난 바다엔 꽃잎이 떠가듯 고요한 화음이 평화롭게 잔잔히 일렁였다.

 

만선(滿船)의 돛을 내리듯, 하얀 긴 목의 물새 한 마리가 섬과 바다가 맞닿는 평평한 바위에 사뿐히 앉았다. 아득하게 그어진 수평선 너머의 소식을 물고 온 것일까. 새는 우렁찬 소리로 자욱한 안개가 걷힌 코발트블루 수면 위에 선명하게 둥실거리는 태양빛을 날개에 품으려하고 있었다.

      

이윽고 햇덩어리가 용솟음쳤다. 눈부신 햇살에 춤을 추듯 휘날리는 태극 깃발아래 보듬고 화합한 섬과 바다의 참다운 우애가 숭고한 자태를 뽐냈다. 동해와 독도의 이름으로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상생의 충만한 온기(溫氣)로 새해 아침을 열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둥둥 북소리가 울렸다. 햇살이 점점 손에 잡힐 듯 다가올 때 한 송이 열망으로 만개한 무궁화 꽃이 뜨거운 심장으로 들어와 잠자던 겨레정신의 혼()을 흔들어 깨웠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12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