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화가의 아틀리에

매혹, 저 無色 위 솟구치는 전율-from 화가 김성혜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5. 9. 00:48

 

 

김성혜(ARTIST, KIM SUNG HYE) 작가는 그림의 시작은 언제나 흥분됩니다. 무엇이 그려질지 또 어떤 창조적 이미지의 변형이 나타날지 말이죠. 상상의 경계를 부정 타지 않도록 여과된 생각과 움직임으로 준비 한다고했다.

 

 

 

[르포서양화가 김성혜 아틀리에]

 

작가의 화실을 찾아가는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길가엔 단비에 흠뻑 젖은 꽃들이 형형색색 싱그럽게 피어올랐다. 첫사랑 밀어처럼 한껏 부풀은 꽃봉오리며 무대커튼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듯 흥분과 긴장이 감도는 만개한 꽃들의 세련된 포즈가 시선을 끌어 당겼다.

 

 

 

-Sonido, 45.5×53×2ea Mixed Media, 2013

 

 

 

캔버스에 꽃이나 나비라는 주제가 나왔지만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아니었어요. 그리면서 저의 생각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작업할 땐 사실 이 세상을 잊을 때가 있다는 작가는 자신도 모르게 형태와 색이 만들어지고 손이 본의 아니게 움직일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런 순간의 희열로 인해 아마도 경계(境界)가 무너지는 듯해요. 그것이야말로 치명적인 유혹일 텐데 상상력과 직관에 의해 변형, 치환되고 그러면서 재창조되는 것이지요. 적어도 저는 그러한 과정으로 충분히 이완(弛緩)을 느낍니다.”

 

 

 

 

53×45.5

 

 

 

작가는 스스로도 안쓰러운 일상의 무력감에서 벗어나야만 했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 때 바라보게 되는 라는 존재를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해 준 것이 바로 캔버스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 후부터 점차 고통스러운 부분을 껴안게 되고 곰곰이 생각하며 표현이 깊어지는 것을 체감하게 된 것이죠. 그 속엔 저의 사고(思考)와 성격과 삶이 있었기 때문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60.6×60.6

 

 

 

마음에 비치는 빛깔의 울림

 

광대(廣大)한 무()의 공간. 한 점 티 없는 캔버스와 마주하는 경건과 뜨거움이 병존하는 일월(日月)의 인과(因果). 조용히 눈을 감는다. 한 참의 시간이 흐른 뒤 나직하게 색채로 현시(顯示)되는, 공명!

 

쇼팽(Chopin)과 생상스(Saint Saens) 음악도 듣고 커피도 마시고 청소도 하지만 머릿속에는 늘 그림을 생각합니다. 그렇게 여유로운 듯 또 노동하지만 실상 그것은 기다림이지요. 맑아지는 정신의 기운이 돌 때 붓을 듭니다. 그러니 캔버스는 신성하고 그 앞에 앉는다는 것은 마음을 비웠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보인다고 들린다고 떠드는 아우성과 침묵 속 동요하지 않는 평정(平靜)한 마음의 대응. 그 떨림의 파장이 내 붓끝의 실마리였다면 평평한 무색위에 표현해내는 소니도(Sonido)는 좋든 나쁘든 모든 현상을 품은 것입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