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화가 박상미|식물의 꿈 그 뿌리의 튼튼한 정주(定住) (PARK SANG MI, 한국화가 박상미, 한국화 박상미, 박상미 작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5. 3. 22:57

 

Grow up in the Scene, 60.6×72.7㎝ indian ink &

korean color jangji over panel, 2011.

 

  

 

묘한 긴장감과 탄탄한 서사구조가 창조적 내러티브(narrative) 세계로 이끈다. 감상자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되는데 수묵의 식물 이미지에서를 한번 찾아보시길.

 

  

다독임같이, 잎들이 서로들 겹쳐 다정하다. 동그랗거나 길쭉하거나 그대로 그림자를 만들어 자신의 초상(肖像)을 들여다보고 언제나 신선한 향을 내뿜는다. 순응은 숨김이 없는 것이듯 무명의 식물들이 혼자 햇살을 향해 힘차게 뻗어나가는 피어남, 그것이 새로움이다. 묻기도 하고 더 높이 오르려하지만 때론 낯설기도 한 공간은 길이다. 그러나 늘 그에 대한 대답은 겨울날 어둑어둑한 무채색 저녁처럼 명확치 않았다. 누군가는 그것을 일상이라고, 시간의 몫이라고 덤덤하게 말할 뿐.

 

나뭇잎이 흔들린다.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 왜소하고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그들이 위로와 상처를 치유 받고 평상의 풍경에 합류토록 놀랍게도 스스로 조율했다.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흔들림이야말로 결연한 사유의 진동/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문동만 , 그네>

 

 

 

   

Scene-정지된 풍경 , 81×100indian ink &

 korean color jangji over panel, 2011.

 

 

 

화분은 안전의 요람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생존의 터였기에 동시에 과제이기도 했다. 나름의 안온함이 주는 평화로움 대신 빛과 온도 그리고 위치의 변화 상황에 빨리 적응해야만 했는데 이러한 제3의 공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곧 증명해 보였다.

 

식물은 늘 꿈을 꾼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지고 비바람에 흔들려 꺾일지라도 언제나 통념을 무너뜨렸다. 사람들이 삶과 죽음의 극명한 갈림길이라고 버릴 때에도 어김없이 싹을 틔웠다. 그 뿐만이 아니다. 관습과 한계의 테두리를 가볍게 훌쩍 넘는 유기적 성장을 오히려 사람들이 무슨 대단한 일탈인양 보았다.

 

 

 

   

Safeguard , 81×100indian ink & korean color jangji over panel, 201.

 

 

 

잎들은 공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열망으로 하늘로 치솟으며 이율배반의 상념처럼 자랐다. 그러나 그러한 성장의 탐색지는 한 줄기에서 비롯되고 여느 악조건에도 아랑곳없이 세포를 관통하는 그들의 내밀한 대화들은 연둣물처럼 풋풋했다. 혼란과 결핍을 질서와 충만으로 바꿔 차곡차곡 채우고 분꽃향기 흩날리는 하늘에 너무도 하얀 구름이 흐를 땐 두 손 모아 동경심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를 버릴 수 없기에 찾아 나선 순례의 여정(旅程)처럼.

 

생명은 물에서 시작된다. 더 넓고 부드러운 그늘을 만들어 어느 날의 휴식과 나무에 기대어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 쓸쓸한 사내에 기둥으로 내어준다는 믿음. 그 뿌리의 튼튼한 정주(定住). 싹트고 낙엽이 되고 비로소 물 되어 섞이고 소용돌이치다 잔잔히 흐르다 오로지 물과 물뿐인 때, 찬바람 흔들리는 언덕 위 자작나무 한그루 아래 주황색 꽃잎들이 떠가는 강물이 보일 것이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1121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