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돈아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작가의 아틀리에는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작업열정의 면모를 단적으로 말해주었다. 화실 벽엔 연(蓮)을 주제로 최근에 마무리된 분위기가 사뭇 정중하기까지 한 몇 작품들이 수줍은 듯 세워져 있었다. 동일한 계열의 색채를 절제한 화면은 그러나 그림이 약해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정제(精製)된 서정과 관조가 스며있어 생명력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었다.
화가는 “민화가 조선시대 서민의 해학과 일상의 언어들을 담은 희망과 다복의 그림이었다면 나는 인간과 우주를 관조하는 깊은 철학과 이상세계를 품었던 민화의 품격을 디지털시대 지구촌에 가장 우아한 격조의 정신으로 전하고 싶다. 민화적 요소를 차용하지만 결국 내 그림은 새와 꽃과 존재가 어울리는 세계인들의 감성 공감을 지향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양화 물감을 쓰고 원근법을 가미하기도 하며 석채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하여 마티에르(matiere)를 표현한다. 이는 그가 ‘민화를 소재로 하는 서양화 작가’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창조적 재해석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그것이 내 작업의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민화의 그것을 단지 눈으로만 보았었다면 나는 단 한 번의 붓질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민화 속으로 뛰어들어 체득해 낸 교감을 통해 현재성을 드러내어 ‘나’를 투영시키고자 했다. 화면의 연꽃은 조선시대 성실하게 좋은 마음으로 그 꽃을 그린 어느 화공(畫工)의 마음으로 그리려했다. 보는 사람에게도 그런 마음이 전달되기를 소망 한다”라고 전했다.
화가라는 직업을 “하지 않으려 해도 안할 수 없는 숙명의 길”이라는 서양화 이돈아(Donah Lee)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뉴욕 SVA(School of Visual Arts)와 NYU(New York University)에서 연수과정을 하였고 서울과 뉴욕에서 개인전을 5회 가졌다. 미국의 Art Palm Beach(플로리다), LA Art Show를 비롯하여 Singapore affordable art fair, 서울오픈아트페어, 화랑미술제 등 국내외 다수아트페어에 참여했다.
△글=권동철 ,에너지경제 2015년 3월25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