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정현숙의 ‘나의그림 나의생애’는 원(圓)과 번짐을 화업 중심에 놓은 작가의 작업 발자취를 년대별로 정리 구성해 작품의 진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본문의 ‘나’는 필자를 지칭합니다.
이 시절, 필자의 작업 요점은 ‘번짐’이었다. 캔버스를 무명천으로 쓰면서 약간 젖은 상태에서 아크릴 물감을 떨어 트려 번지게 하는 것이었다. 동양의 블랙 또는 블루의 물감, 번짐이었다.
그 번짐 위에 금빛 물감을 여러 번 겹쳐 칠해 번짐이 아스라이 보이는 상태에서 우러나는 원(圓)이 보인다. 그 위에 다시 유화물감으로 정확한 원 형태를 여러 개 그려서 조형세계를 성취해 나갔다.
210×91㎝ mixed media, 2001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단순 간결함을 지향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따르면서 동양적인 이미지로 깊은 시간성을 품고 있다. 원의 윤회사상, 생명의 순환…. 그러한 염원을 담은 것이다.
한국인, 源流의 공감
미국 현지에서 반응이 뜨거웠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던 지난 2000년 시카고 아트 페어 때였다. 많은 관람객들 중에서 한국인 3세 두 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한국 언어도 못하는데 그러나 자신의 아버지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대화를 정확히 들을 수는 없었지만 필자의 작품에서 한국성의 느낌, 발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 분들도 그것을 찾고 있었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었다. 자란 환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혈맥에 흐르는 한국인 원류(源流)의 공감이라는 것에 작가로서 많이 고무되었었다.
필자는 스스로가 단순하고, 색깔이 많은 것보다 적은 것을 추구한다. 원을, 가장 단순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 가운데 그 안에 많은 것을 가진 것으로 본다. 간단하게보이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보편적으로 표현해 낼 것인가가 언제나 나의 작업 화두이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조용하고 사색적이다’라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 울컥 감동하게 된다. 필자와 관람자가 원에 대한 깊은 동감의 표현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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